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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 “검찰총장,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에게 직접 사과해야”

2014년 2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강기훈씨가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정권의 부당한 압력이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달돼 수사 방향이 정해졌다며 검찰총장이 강기훈씨에게 검찰의 과오를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21일 검찰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건 초기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로부터 분신의 배후를 수사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수사팀에 전달되고 그에 따라 초동 수사방향이 정해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과거사위는 “무고한 사람을 유서대필범으로 조작하여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며 “현 검찰총장이 강기훈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담당 검사가 자살한 김기설씨의 흘림체 필적을 감정에도 회부하지 않고 기록에도 편철하지 않은 점, 분신자살 사건에서 변사자의 동선이나 신나 구입경위 등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수사에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는 선별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가혹행위가 이뤄진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과거사위는 재심이 시작되고 나서도 검찰이 강기훈을 유서대필자로 매도하던 과거의 입장을 반복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를 주요한 원인으로 재심개시가 결정된 사건의 경우 그에 대해 기계적으로 불복하고 과거의 공방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재심절차에 임하는 관행은 중단돼야 한다”며 “재심절차에 관한 검찰권 행사의 준칙을 재정립하고 현재 운영 중인 ‘상고심사위원회’에서 과거사 재심개시결정이나 재심 무죄판결에 대한 불복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강씨는 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던 1991년 5월 친구이자 전민련 소속 김기씨가 서강대 옥상에서 몸을 던져 숨진 뒤 김씨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으나 결정적인 증거인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 등이 인정돼 재심 끝에 2015년 5월 무죄가 확정됐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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