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트럼프 결국 '아메리카 퍼스트'...사우디 옆에 섰다

"사우디는 변함없는 동반자

빈살만, 카슈끄지 살해 관련

모든 사실 알지못해" 두둔

유가·무기수출 이익 따진듯

"사우디 옹호, 국익 아냐"

美정계·언론 즉각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칠면조 ‘피스(Peas)’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사면을 선언하고 있다. 백악관은 매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칠면조가 생을 끝까지 누릴 수 있도록 기원하는 ‘칠면조 사면’ 행사를 개최해왔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사우디 왕실에서 지시했다는 의혹에도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사실상 사우디 왕실에 면죄부를 줬다. 미 중앙정보국(CIA)까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인물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라고 지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워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얻는 경제적 실익을 택한 셈이다. 정치권과 언론들은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중요시하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짓밟는 행위라며 즉각 반발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빈 살만 왕세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알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카슈끄지 살해를 둘러싼 모든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고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의 카슈끄지 살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와 전략적 관계를 지속하며 사건의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종전의 미온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건의 진상과 상관없이 사우디를 감싸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사우디와의 관계가 악화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 발표 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사우디와의 관계를 단절한다면 기름값이 지붕을 뚫고 치솟을 것”이라며 “나는 세계 경제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바보처럼 굴어 미국 경제를 해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에 대해서도 “‘아메리카 퍼스트’와 관련된 사안”임을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CNBC는 “트럼프의 사우디 지지 발언은 저유가 확보를 위해 미국이 얼마나 사우디에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며 “특히 이날 성명은 다음달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급량 조절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고 전했다. 오는 2020년 재선을 위한 미국 경기 호황 유지에 저유가 기조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주도하는 감산정책을 막기 위해 왕실의 잘못을 눈감아주며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규모의 무기수출 또한 사우디를 감싼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사우디는 4,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있고 이 중 1,100억달러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같은 미국 방위산업 업체들의 군사 장비 구입에 쓰인다”며 “우리가 어리석게 이 계약들을 취소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막대한 이득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이 나오자 미국 정계와 언론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은 국제무대에서 ‘도덕적인 목소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며 “카슈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을 모른 척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에 엄중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초당적 목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의회 차원의 사우디 제재 움직임을 예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은 해외의 인권보호를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하며 사우디와 이집트·러시아 등의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문제를 제기해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CNN은 “미국이 소중히 여기는 전통적 원칙이 ‘가격’임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가 주장하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잔혹한 이면”이라고 전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