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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 모든 고교서 무상급식] 등 떠밀린 자치구…1,136억 부담할 판

예산 조정하는데 "급식 넣어달라"

돈줄 쥔 시의회·여론 눈치에 수용

예상밖 추가예산에 재정악화 우려

서울시 결국 중앙정부에 손 벌려





“시가 왜 이렇게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서울 시내 한 자치구 관계자의 토로다. 서울시는 21일 ‘고등학교 친환경 학교급식 전면시행 계획’ 발표 및 협약식에서 “25개 자치구가 고교 무상급식을 적극 지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치구의 속내는 다르다. 예산을 짜던 지난 10월 말 갑작스럽게 시의 압력을 받은 후 같은 달 29일 ‘9개 자치구 시범시행’을 발표하고 나선 시의회의 ‘역차별’ 논란에 시달렸다. 평균 재정자립도가 30%도 안 되는 자치구로서는 시와 의회로부터 ‘시 예산’을 따 와야 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무상급식에 동참하게 된 셈이다.

‘고교 무상급식’은 당초 강남북 각 1개 구를 선정해 시범 시행한 뒤 재정 추이를 지켜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구청장들이 예산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9개 자치구 시범시행’ 발표 며칠 전에 발생했다. 당시 서울시는 자치구에 공문도 보내지 않고 “고교 무상급식에 동참할 수 있느냐.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수 있느냐”고 전화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구가 구의회 제출을 위해 예산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예산 끼워 넣기’ 요구를 받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에 수요 조사를 한 것”이라면서도 “상황상 압박으로 느꼈을 수도 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29일 9개 자치구 시범시행 발표 이후 자치구는 시의회의 압력도 받았다. 시의회 110석 중 102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부 자치구만 무상급식을 하면 다른 학생들은 역차별을 받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동대문구에서 급식비를 내지 않았던 고3 학생이 송파구로 이사하면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9.3%에 불과해 자치구가 정책을 추진하려면 시의회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결국 ‘돈줄’을 쥔 시의원들의 눈치를 보며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 우리 아이는 무상급식 혜택을 받을 수 없느냐” “구청장에게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라는 민원은 덤이었다.

시와 의회의 팔 비틀기뿐 아니라 자치구의 재정건전성 악화 역시 문제다. 서울시가 추산한 내년도 서울시 초중고 무상급식 소요액은 총 5,682억원이며 이 중 20%를 담당하는 자치구의 부담금은 1,136억원에 달한다(교육청 50%, 시 30% 부담). 서울시의회는 19일 개최한 ‘2019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분석 토론회’에서 “자치구가 고교 무상급식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재원 분담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시와 교육청은 중앙정부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무상급식이) 국가가 재정을 담당하는 보편복지의 하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도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서울시의원은 “정권도 바뀌었는데 국비가 필요하면 미리 요청하면 될 것을 왜 이리 급하게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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