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은 정부 정책 결정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한국에서 기업이 정부 계획을 짠다고 하면 반발이 거셀 것입니다.”(김세훈 현대·기아차 상무)
서울경제신문이 21일 개최한 ‘2018 에너지전략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과 애프터 티타임에서도 주제로 잡은 ‘수소혁명 잃어버린 10년’에 공감을 나타내며 새로운 성장을 이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를 확고히 하기 위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현대·기아차에서 연료전지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세훈 상무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의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소개하며 부러움과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EU 의회 산하 수소 전담 기구에는 120여개 기업이 참여해 주요 정부과제를 의결한다”며 “민간과 정부가 굉장히 가깝게 일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 종합기구인 ‘NEDO’도 마찬가지다. 그는 “NEDO 직원들과 말하다 보면 대개 도요타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라며 “(경쟁사 직원이기도 하므로) 말할 때 각별하게 조심한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대기업이 정책 과정에 참여한다면 어떨까. 토론자들은 일제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협회 등 대정부 소통 기구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점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민간이 주도하려면 협회와 상공회의소 같은 조직이 보다 독립성을 강화하고 정책 결정에 역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에 공감한다. 다만 현재 수소 경제 관련 기업이 극소수다 보니 관련 정책이 자칫 특정 기업 지원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를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일자리 창출 등 국민을 위한다는 인식도 필요하다”며 “수소 경제 관련 기업들이 함께 커 갈 중견·중소기업군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제언도 잇따랐다. 임 원장은 “수소차와 전기차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한편 메탄화 기술이나 암모니아화 기술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동맹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장은 “모든 밸류체인에 걸쳐 기술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에너지 전환기에 기존 체제(내연기관 기업 등)와의 갈등을 줄이는 연착륙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료전지 중소기업 FCI의 이태원 대표는 자동차와 조선 등 기존 연료 기반 주력산업의 활성화도 수소 경제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와 선박에 대한 공해 규제가 심해지는 만큼 전환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전력인프라를 기존 주력산업과 연동해 더 큰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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