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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정책,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라] 민노총 눈치보기에...다시 꼬여버린 '탄력근로 확대'

"경사노위 논의 지켜본 뒤 추진"

文대통령 한마디에 與 입장변화

여야정 합의 불구 연내처리 무산

野 "무슨 빚 졌기에...약속 지켜야"





본격적인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모처럼 야당과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의 연내 처리 방침을 돌연 뒤엎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입법을 추진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사실상 연내 처리 의사를 철회한 반면 야당은 “여야정 합의 사항을 준수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노동계 눈치만 보다가 스스로 정치권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일 문 대통령과의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열릴 때만 해도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 적용하는 법안 처리 등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부·여당의 기류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투쟁’을 내걸고 총파업한 다음날인 22일 열린 경사노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면 국회에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출신의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23일 “여야정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강행 처리하면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된다”며 연내 처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는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를 논의하겠다고 하면 국회에서 기다렸다가 그 결과를 입법하는 게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야당에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나서서 야당과의 약속을 뒤집고 사실상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의 연내 처리 방침을 철회한 셈이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입법을 밀어붙일 경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고육지책이지만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정치권 신뢰를 스스로 깨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도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뒤집는 것은 앞으로 야당과의 협치에서도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야당은 정부·여당의 말 바꾸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도대체 대통령은 민주노총에 어떤 빚을 졌기에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의 고충을 멀리하는 것이냐”며 정면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입법부 합의를 대통령이 뒤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의 연내 처리 방침을 고수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는 “여야정 협의체의 합의사항”이라며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 3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어렵사리 합의점을 찾았던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는 또다시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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