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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라이시테법’





1871년 1월28일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뒤 프랑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유럽에서 가장 강하다고 믿었던 조국의 군대가 프로이센에 허무하게 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패전을 합리화할 다른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때마침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발생한다. ‘드레퓌스 사건’이다. 파리 주재 독일대사관 우편함에서 프랑스 포병대 구성 등 기밀내용이 담긴 편지가 발견되자 프랑스 육군 정보부는 스파이를 찾아내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정보부는 참모본부에 근무하는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드레퓌스는 군사재판정에서 “나는 죄가 없다”고 외쳤지만 결국 1894년 12월22일 종신유배형을 선고받았다. 2년 뒤 우연한 계기로 진범이 잡히면서 드레퓌스는 풀려났지만 이 사건은 프랑스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드레퓌스의 유무죄를 놓고 가톨릭과 개신교는 물론 서로 다른 정치·사회세력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때문에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1905년 제정된 법이 ‘국가와 종교의 분리에 대한 법’이다. 당시 총리의 이름을 따 ‘콩브법(loi de Combe)’으로 불리는 이 법의 제정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정교분리를 의미하는 ‘라이시테(laicite)’ 원칙이 확립됐다.

이후 프랑스는 사적 영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되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띠는 것을 엄격히 규제한다. 학교에서 유대인 남학생이 ‘키파’를 쓰거나 이슬람 여학생이 차도르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1989년에는 파리 교외 어느 중학교에서 이슬람 여학생 3명이 차도르 착용을 고집하자 학교 측은 3명 모두를 퇴학 조치했다. 프랑스 국회는 2004년 공교육 기관 내에서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금지하는 법도 통과시켰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라이시테법을 개정하려고 시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슬림 인구가 급증하며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해외지원을 정부에서 차단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 개정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자유·평등·박애’와 함께 프랑스 4대 정신으로 일컬어지는 라이시테가 무슬림 인구 팽창 때문에 수정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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