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둔화가 우려되는 내년 주식투자는 미국, 채권투자는 신흥국이 유망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 증시는 장기화 가능성이 높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일단락될 때까지 글로벌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키스 웨이드(사진) 슈로더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도 2%대로 낮아지는 등 지금과 다른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달 1일(현지시간) 예정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무역분쟁 합의안을 도출해낼 가능성은 낮다”며 “최악의 경우 관세 부과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 둔화 국면에서 주식투자는 미국, 채권투자는 신흥국이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 주식에 대해서만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며 “특히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경우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어닝 성장을 동반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비둘기파로 돌아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달러 강세 환경이 변하면 신흥국 통화 채권이 유망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내년 강 달러가 조기 종료돼 통화 가치를 회복한 신흥국 채권투자 수익률 개선을 예상할 수 있다”며 “신흥국 가운데서도 펀더멘털이 강한 멕시코·인도네시아·인도·폴란드의 채권이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한국 주식에 대한 평가를 ‘비중 유지’로 상향 조정했지만 당분간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 귀환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신흥국 중에서도 글로벌 자금의 흐름을 많이 타는 시장”이라며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 비중을 늘리려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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