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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진실 알고 있는 '무언의 목격자'..."수사 8할은 CCTV가 하죠"

■'영상 분석 베테랑' 최영호 분석관에게 듣는 CCTV

식별 어려운 車 번호판 확인 위해

4~5시간씩 작업...인내심이 필수

사고주변 영상 확보 발품도 예사

CCTV활용 범인검거 4년새 17배↑

AI 추적시스템 구축하는게 목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최영호 경찰청 범죄분석담당관실 분석관이 CCTV를 분석하고 있다./송은석기자




‘강서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동생 살인죄 공범 논란, ‘이수역 폭행사건’ 시비 주체 논란.

사건 발생 초기의 왜곡된 정보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통되며 국민적 논란이 발생할 때 시시비비를 가리는 곳이 있다. 바로 경찰 영상분석팀과 일선서 폐쇄회로(CC)TV 분석 수사관이다. 두 사건 모두 ‘김성수 동생이 피해자를 잡고 있던 당시에는 칼이 등장하지 않았다’ ‘여성이 남성의 신체를 먼저 접촉했다’는 수사기관의 CCTV 분석 결과가 나온 뒤에야 애초 제기된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이뿐이 아니다. CCTV를 활용한 범인 검거 역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CCTV를 이용해 범인을 잡은 경우는 지난 2014년 1,627명에서 지난해 2만8,004명으로 4년 동안 17배나 늘었다.

CCTV는 객관적 증거를 통해 각종 사건 수사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일선경찰 사이에서는 “수사의 80%는 CCTV가 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 전국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도 2017년 95만4,261대로 2013년(56만5,723명) 대비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CCTV 증거자료 수집이 한층 수월해졌다. 경찰 역시 영상분석 전문인력 확충과 분석기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무언의 목격자’인 CCTV 수사가 나날이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최영호 경찰청 과학수사관리 분석관을 만나 CCTV 수사의 현주소와 애환에 대해 들어봤다. 영상학 박사과정(수료) 출신인 최 분석관은 국내 최초로 사설 영상감정 업체를 설립한 후 대검찰청 등의 영상 업무를 10년 가까이 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보다 공정하게 영상을 감정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며 영상 분야 특채로 2016년에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컴퓨터로 뚝딱? 인내심이 우선=CCTV를 활용한 수사는 ‘과학수사’의 전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CCTV에서 수집한 수십 시간 분량의 영상자료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현장에서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겨우 수사의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분석관은 “미국 과학수사대가 등장하는 미드 CSI를 보면 아주 흐릿한 사진이 착착 확대되면서 선명하게 보이는데 전 세계 어디에도 그런 기술은 없다”며 “흐릿한 원본 영상을 최상의 화질로 만드는 과정은 한땀 한땀 정성을 쏟는 손바느질과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해상도가 낮은 영상의 경우 한 물체를 표현하는 픽셀 수가 적다. 픽셀은 디지털 영상의 가장 작은 단위다. 자연히 작은 물체는 픽셀 수가 적다 보니 확대하면 흐릿하게 보인다. 작은 이미지를 키우면 화면이 깨져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따라서 해당 물체를 선명히 보기 위해서는 픽셀 수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부터 분석관의 인내가 필요하다. 픽셀 수를 늘릴 때 무작정 기존 픽셀을 복사해 붙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분석관은 가장 선명한 영상을 얻기 위해 인접 픽셀의 평균값으로 늘리는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게 된다. 최 분석관은 “차량 번호판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 4~5시간에 걸쳐 비슷한 작업을 최소 수십 회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최영호 범죄분석담당관실 분석관이 CCTV를 분석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책상물림이다? …결국 ‘뚜벅이’ 수사=CCTV 분석이라면 사무실에 앉아 영상만 들여다보는 일로 생각하기 쉽다. 최 분석관이 말하는 CCTV 수사는 다르다. 영상분석으로 수사의 과학적 증거를 찾아내는 정신노동이자 현장을 누비는 육체노동이다.

그는 2017년 경남지방경찰청 근무 당시 후배 경찰 하나를 뺑소니 사고로 잃은 현장을 발로 뛰며 CCTV 영상을 구한 일화를 소개했다. 야간사고라 교통 CCTV에 확보된 영상만으로는 차량 번호를 특정하기 어려워 사고현장 인근 사설 CCTV를 추가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였다. 최 분석관은 “차량 번호판을 특정할 수 있는 영상이 담긴 CCTV를 찾기 위해 차량 동선에 있는 CCTV들을 형사들과 뒤졌는데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 관리가 아닌 사설 CCTV는 경찰이라도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고 일일이 협조를 구해야 한다. 어렵사리 발품을 팔아 구한 영상은 뺑소니범을 잡는 데 톡톡히 공을 세웠다. 최 분석관은 “안타깝게도 후배 경찰이 사망해 범인을 간절히 잡고 싶어 더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고 했다.

◇목표는 AI 차량 번호판 추적 시스템=“영상분석팀에서 하는 일 중 70%는 차량 번호판 분석입니다. 이 작업을 인공지능(AI) 차량 번호판 추적 시스템을 개발, 자동화해 분석관들이 더욱 시급한 영상분석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가 차량 번호판 추적에 집중하는 것은 수사에 결정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 속도가 빨라 CCTV 화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해당 차량을 찍은 영상에는 모션블러(motion blur)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션블러는 빠른 물체를 찍을 때 생기는 잔상이다. 영상분석팀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량 번호판 분석에 쏟는 이유다. 물론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수사기관 역시 차량 번호판 분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 분석관은 “어떤 상황에서 찍힌 차량 번호판이라도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번호를 추정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며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저화질 CCTV 문제도 상당수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나라 CCTV 체계는 훌륭한 편입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기술 수준 차이는 거의 없어요.” 최 분석관은 갈수록 CCTV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는 범죄자들이 활개칠 수 없는 환경이 되리라고 봤다. 그는 “경찰은 이미 3D얼굴인식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면서 “이 시스템에 용의자의 동선을 원클릭으로 찾아내는 기술과 초고해상도 영상분석이 적용된다면 세계 최고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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