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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유능한 CEO에 자리 양보" 3연임 대신 용퇴 택한 김한

임직원과 이사회에 전격 선언

재임 중 M&A로 자산 50조 불려

김한 JB금융지주회장




김한(사진) J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 도전을 하지 않고 내년 3월 말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금융환경에 맞는 금융 리더를 맞이하겠다는 것으로 평소 ‘가장 좋을 때 떠나는 게 맞다’는 본인의 철학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김 회장은 30일 오전 임직원들에게 ‘CEO레터’를 보내 이 같은 의사를 미리 밝히고 오후에 열린 이사회에서도 같은 뜻을 전달했다. JB금융 이사회는 이날부터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시작했고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CEO레터를 통해 “저는 차기 회장 후보로 오르지 않기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고 전격 선언했다. 충분히 3연임 조건을 갖췄지만 후배를 위해 용퇴를 결정하고 대내외에 공개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여러 번 강조했듯이 어느 순간에는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JB금융그룹이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앞둔 지금이 (떠날)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JB금융의 최대주주인 삼양그룹 김연수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지난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했고 2013년 JB금융 회장에 오른 뒤 2016년 한차례 연임했다. 2014년 광주은행을 공식 인수해 현 JB금융의 토대를 닦았으며 최근에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JB금융은 2009년 7조원이었던 자산규모가 우리캐피탈·자산운용사·광주은행·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를 인수하며 50조원 규모(47조1,691억원)로 커졌고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그 과정에서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지낸 김 회장의 투자은행(IB) 노하우가 빛을 냈다.

김 회장은 디지털금융·핀테크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지역 은행의 미래 생존전략으로 디지털과 수도권 영업 확대를 택했다. 올 6월 기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26곳, 31곳의 지점을 각각 두고 있다. 전북은행의 경우 전라북도와 타 지역의 수익 비중이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김 회장은 항상 사석에서 ‘밖에서 벌어와 지역 기업에 자금공급을 한다’는 철학을 강조했다. 사실상 디지털화 작업은 마무리됐고 내년부터 영업점에서의 업무는 한층 간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업무는 디지털화로 효율성을 높이고 영업점 직원은 자산관리 등 복잡한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JB금융의 순이익은 2009년 529억원에서 올해 9월 말까지 2,855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JB금융지주의 최근 3년 순이익 증가율이 28.4%로, 광주은행의 실적이 100% 반영되는 내년에는 순이익 3,000억원대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013년부터 6년간 회장을 맡아 JB금융을 크게 성장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까지 사심 없이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임추위에서 선정한 차기 회장 후보에게 우리가 해왔던 전략을 충분히 설명하고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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