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맞춤 파운데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노드스트롬 백화점 내 랑콤 매장을 찾았다. 컬러 스캐너로 얼굴에서 원하는 부위 세 군데를 찍어 색상을 찾고 원하는 수분감·커버력 레벨을 적용해 조합 ID를 생성했다. 이를 매장 내 기계에 입력하니 노즐에서 상아색·검은색·빨간색 등의 색소가 나와 빈 통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5분을 기다리니 반 통 분량(11㎖가량)이 만들어졌고 색상 테스트를 거쳐 나머지가 완성됐다. 조합 ID·제조일·닉네임 등이 인쇄된 라벨까지 붙이니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파운데이션이 완성됐다.
개인의 피부 상태나 선호도, 색상 등을 반영한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규제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거나 소분해 판매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오는 2020년 3월부터 이를 허용하는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K-코스메틱 글로벌 G2 도약을 위한 화장품 정책 간담회’를 열고 관련 화장품법 개정안 통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뷰티업계는 제도가 본격화되면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개인별 색상과 선호에 맞춘 화장품을 넘어서 빅데이터·AI 등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로, K-뷰티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글로벌 화장품시장에서 맞춤형 화장품 경쟁의 불씨를 당긴 것은 로레알이다. 로레알은 지난 2015년 말부터 랑콤에서 7만 2,000가지 조합이 가능한 개인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작 서비스 ‘르 테인트 파티큘리에이’를 선보였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현재 블루밍데일 백화점에도 입점해, 미국 전역 18개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오직 미국 랑콤 매장에서만 체험 가능하다. 로레알은 지난해 기초 브랜드 ‘키엘’에서 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 가운데서는 최초로 맞춤형 화장품인 ‘아포테커리 맞춤 에센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다가올 맞춤형 화장품 시대에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에서 지난 2016년 8월 대표 제품인 ‘투톤 립 바’를 퍼스널 컬러에 맞춰 매장에서 직접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같은 해 11월 수분 크림인 ‘마이 워터뱅크 크림’도 맞춤 제작 서비스를 실시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초에는 이니스프리에서 피부 밝기와 원하는 보습력·커버력에 따라 50개의 기성 제품 중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마이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초 맞춤 세럼을 제작할 수 있는 매장인 ‘르메디 바이 CNP’를 이화여대 인근에 오픈했다.
업계가 맞춤형 화장품에 기대를 거는 것은 해당 서비스의 확대가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고객들의 발걸음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랑콤 매장의 경우 파운데이션을 만드는 시간은 10분 내외지만, 추가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랑콤의 기초·색조 제품을 활용해 메이크업을 해준다. 고객이 자연스럽게 랑콤 브랜드 뿐 아니라 제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맞춤형 화장품의 제도화를 담은 관련법이 통과한 직후인 지난 3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의류든 뷰티든 사업의 발전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경험을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냐에 달려 있다 생각한다”며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은 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 연구원은 “현재까지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일부 매장에서 일부 고객들만 해당 서비스를 경험했는데 제도의 완화로 더 많은 고객들이 맞춤형 화장품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환경(온도·습도·UV·미세먼지 등)과 생활 패턴(수면·물섭취량·스트레스 등) 등 여러가지 요소를 데이터 화해 고객의 뷰티 습관과 환경에 맞는 최적의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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