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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기업 시민'의 시대

박동철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보
시대정신·사회적 요구 읽고 인류에 기여 도모해야

  • 2018-12-04 17:15:28
  • 사외칼럼
[M아카데미] '기업 시민'의 시대
박동철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보

주력산업의 동태가 심상찮다. 조선 산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이 위태롭고 마치 도미노처럼 철강이나 반도체 산업 등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 떠돈다. 관련 기업들은 이미 도산했거나 위기감에 빠져들고 있다. 차라리 호황·불황의 문제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좀 쉽다. 거친 바람은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폭우는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고 했듯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따위의 조치를 취하면서 호황을 기다리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크게 보면 기업을 둘러싼 모든 외부환경이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발 보호주의 경향에다 미중 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글로벌 경제질서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의 정치·사회 여건이나 가치관의 변화도 기존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기술 및 시장과 같은 경쟁환경, 그리고 사회나 사상 등 제도적·문화적 환경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M아카데미] '기업 시민'의 시대

‘거센 바람’ 막으려 하지말고 풍차 돌려야

미중 갈등·보호주의 대두서 가치관 변화까지

경제·사회·문화적 질서 대격변, 기회로 활용

기업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진화를

이익만 극대화하는 기업 더이상 원하지 않아

‘함께 잘사는 미래’ 시대적 흐름 대응 필요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센 바람이 불 때 장벽을 세워 바람을 막으려는 자가 있는 반면 풍차를 만들어 그 바람을 기회로 활용하는 자도 있다. 지금은 시대의 흐름과 정신이 바뀌는 거센 바람의 시대다. 모름지기 기업이라면 이를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 늦여름 매미라면 매일매일 변하는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가능한 한 오래도록 존속해야 하는 존재에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멀리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기업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비록 그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한 시대를 지속할 정신(zeitgeist)과 사회적 요구(시공간 차원에서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그 변화의 흐름에 맞추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눈앞의 증세에 집착하는 근시안적 처방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본질을 되새기고 시대와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돌아볼 때가 아닐까 한다. 기업(企業)에서 기(企)는 먼 곳을 응시하며 어떤 일을 준비하고 도모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행하여 천하의 백성에 베푸는 것을 사업이라 한다(擧而措之天下之民, 謂之事業·역경 계사상전 12장)’고 했다. 이렇게 볼 때 어떤 일을 행해 인류와 사회에 오래도록 도움이 되는 것을 계획하고 도모할 때 이를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이라는 도그마를 신주 모시듯 해 나만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 힘을 쏟은 것은 아닌지, 그러다 보니 불평등 완화 등 시대정신은 망각하고 사회적 요구를 등한시함으로써 홀로 남겨지게 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눈앞의 이익을 지나치게 우선해 미래세대에도 버림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볼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기업은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지금은 물론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그것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이는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바다.

한편 지난 세기 한국 경제의 조정 주체는 사실상 국가였다. 기업은 국가 정책에 부응해 경제활동을 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이제 시민사회가 경제와 사회의 주요 조정자 노릇을 하고 있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기업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시민으로서 복무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것이 본래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한 의미이며 바로 기업시민이다.

지금 기업이 당면한 근본 문제는 단순히 경기나 산업 수준에서의 경쟁력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정신과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모든 유기체는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으며 진화는 환경이나 다른 개체와의 관계 속에서 진행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난관을 뚫고 미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돌파구는 기업시민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시민으로서 사회는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미래로 향하는 기업만이 생존하고 진화할 것이다.

태풍의 눈은 고요하다. 그 속에 있으면 그것이 거대한 태풍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거대한 변화를 제대로 읽으려면 태풍의 가장자리나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곳에서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제대로 읽고 그 흐름에 맞춰나아가는 여시구진(與時俱進), 그리고 사회 및 그 구성원과 더불어 나아가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변(變)해야 통(通)하고, 통해야 오래간다(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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