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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김성용 '남의집' 대표] "취향맞는 사람끼리 이야기 보따리...남의 거실로 여행 떠나요"

비슷한 사람들 만나고픈 욕구서 시작

익명성 보장된 단발성 모임이기 때문에

기득권 없이 느슨하지만 속깊은 대화

독서·음악감상·고수·양갱·기념품 등

1년반동안 70차례 '남의집 거실' 공유

계획에 없던 여행 동기 만드는 플랫폼

싱가포르·상하이·파리 등 해외까지 확장

김성용 남의집 프로젝트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가정집 거실에서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거실 여행 서비스.’

‘남의집 프로젝트’에 대해 한마디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거실과 취향·여행 등 좀처럼 한 묶음으로 만나기 힘든 단어가 한데 모였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타인의 거실에 손님들이 참석해 집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을 읽거나 서로 공통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돈을 주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는 들어갈 수 있어도 남의 집 거실에는 못 들어간다”는 김성용 남의집 프로젝트 대표의 말처럼 그동안 개인 공간을 모르는 이들에게 공개하려는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남의집 프로젝트는 지난 1년 반 동안 60여명의 집주인들이 70번에 걸쳐 거실을 활짝 열도록 만들었다. 남의 집에 방문한 손님들도 500~600명에 달한다.

남의집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자칭·타칭 ‘문지기’라고 불리는 김 대표가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김 대표는 처음에는 본인 집 거실을, 차츰 남의 집 거실의 문을 여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남의집 프로젝트의 본질을 생각해보니 문을 여는 것”이라며 “호스트에게 얘기해서 집 문을 열도록 하고 열린 문으로 손님들을 들여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소한 일상 나누니 ‘취향’이 보이더라=김 대표에게 거실은 일종의 ‘놀이터’이자 ‘공유지’였다. 친한 형과 서울 연희동에서 셰어하우스로 살다 보니 퇴근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거실에는 모르는 이들로 북적였다. 김 대표는 “제 방으로 들어갔다가 자연스럽게 놀고 싶을 때 거실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노는 재미있는 놀이터 같은 경험을 남의집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가량 몸담았던 카카오에서의 경험은 창업을 기획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김 대표는 “카카오는 일을 시작할 때 ‘가설 검증’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며 “남의집 프로젝트의 첫 가설 검증은 ‘모르는 사람이 남의 집에 놀러 올까’였다”고 밝혔다. 이에 직접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을 ‘멘토링’이라는 주제로 열어봤다. 첫 번째 남의집 프로젝트였다. 2,000여명 정도가 등록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그룹에 모집글을 올리니 1시간 안에 4명 정원이 가득 찼다. 김 대표는 “‘남의집 멘토링’을 시작으로 4개월간 연희동 집에서 10번 정도 남의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집 거실에 가득 차 있던 책을 손님들이 카페처럼 자유롭게 읽다 가는 ‘남의집 도서관’을 가장 자주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가설 검증은 우연한 계기로 찾아왔다. 연희동 집 손님 중 한 명이 음악감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해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것이다. 김 대표는 “‘나 말고 누군가에게 집을 열어줄 집주인이 있을까’라는 가설 검증이었고 다른 집에서도 하게 된다면 에어비앤비처럼 퍼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남의집 음악감상실’의 호스트는 음악감상을 왜 취미로 시작하게 됐는지부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등을 4시간에 걸쳐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남의집 프로젝트의 목적이 다양한 집들을 여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처음 6개월 정도는 지인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동원해서 유지했지만 서서히 먼저 제안이 들어오며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업무도, 일상도 아닌 ‘취향’을 매개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직무를 기반으로 모였을 때 대화는 편하겠지만 이미 콘퍼런스 등이 많기 때문에 남의 집에서까지 일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처음에는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취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서 좋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을 듣고 취향으로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김성용 남의집 프로젝트 대표 /권욱기자


◇남의집 고수부터 아침까지…“뭐 이런 것까지”가 목표=남의집 프로젝트는 크게는 ‘남의집 모임’ 형식과 ‘남의집 서재’ 형식 두 가지로 나뉜다. 남의집 모임은 취향을 주제로 거실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태다. 남의집 서재는 거실을 카페 혹은 도서관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각자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딴짓을 자유롭게 한다. 남의집 서재를 김 대표는 ‘집주인의 공간을 내 서재로 사용하는 공간여행’이라고 표현한다.

남의집 모임 형태로 열린 주제는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취미부터 특이한 취향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뭐 이런 것까지…’라고 할 정도로 소소한 취향들을 끄집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남의집 마그넷’에서는 여행을 다니면서 각 나라의 자석들을 모은 집주인과 여행 수집품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만났다. 손님들도 각자 머그나 엽서 등 자신의 여행 기념품을 들고 와 한 보따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남의집 고수’는 말 그대로 향신료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몇 시간 동안 고수를 생으로, 그리고 음식에 넣어 먹었던 모임이다. ‘남의집 보이차’는 집에서 취미로 보이차를 즐겼던 집주인이 친구들 이외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보이차를 소개하고 싶다고 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손님들은 각종 보이차와 다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수많은 남의집 프로젝트 중 김 대표가 특별했던 주제 중 하나로 꼽는 것은 ‘남의집 아침’이다. 가장 ‘남의집스러운’ 주제인 것 같아서 김 대표가 먼저 호스트에게 제안했다. 호스트는 매일 오전5시 반에 일어나 글을 쓰고 명상을 하고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은 뒤 출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 아침의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집주인과 손님들은 오전9시에 만나 각자 아침을 왜 좋아하는지, 아침에 무엇을 하는지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남의집 프로젝트는 비슷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구로 시작된다”며 “‘이런 것도 취향일까’라는 궁금증이 들던 분들에게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모아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활발한 대화와 교류가 오가는 남의집 프로젝트가 강조하는 두 가지 요건은 의외로 ‘익명성’과 ‘단발성’이다. 그는 익명성에 대해 “서로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득권이 없다”고 말했다. 단발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말 못했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을 남의집 프로젝트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내일 안 볼 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느슨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남의집 프로젝트가 가는 방향이다.

김성용 남의집 프로젝트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싱가포르·파리 등 해외서도 준비…여행 동기 만드는 플랫폼=여행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계기는 ‘남의집 제주도’와 ‘남의집 양갱’을 하면서부터다. ‘과연 제주도까지 남의 집을 보러올 사람이 있을까’라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단시간 내에 신청자들이 몰렸다. 안동 지역에서 양갱을 만들어보는 남의집 양갱 역시 서울 이외 지역인데도 많은 사람이 신청했다. 김 대표는 “재밌었던 점은 제주도와 안동 모두 현지 분들이 아니라 서울 등 타 지역 사람들이 신청했다는 것”이라며 “제주·안동에 갈 계획이 없었는데도 남의집 프로젝트를 계기로 여행을 계획하더라”고 전했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최근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 있는 ‘남의 집’ 문도 열고 있다. 12월 초에는 싱가포르에 혼자 사는 직장인의 ‘남의집 솔로생활’이 진행됐다. 이번에도 역시 싱가포르 여행 계획이 없던 사람들이 남의집 솔로생활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여행을 준비했다. 상하이에 사는 교민과 중국의 정보기술(IT)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남의집 상하이’도 오는 1월 초에 예정돼 있다. 내년 5~6월쯤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파리에서는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5개 집의 문을 연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인이 여는 남의집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낯선 곳에서 한국인이 아닌 현지 집주인이 영어로 취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여행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봤을 때 다른 여행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여행 동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플랫폼들은 여행 동기를 먼저 가진 뒤에 플랫폼에 접근하지만 남의집 프로젝트는 여행 계획이 없던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여행을 이끌어낸다”고 덧붙였다.

결국 먼 타지에서 열리는 남의집이든, 집 근처에서 열리는 남의집이든 핵심은 ‘여행’이다. 김 대표는 “퇴근 후 서너 시간 정도 투자해서 누릴 수 있는 ‘일상에서의 작은 여행’”이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He is

△1982년 서울 △2001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2007년 1년간 세계 일주 △2009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2012년 카카오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2018년 ofo 사업전략총괄 △2018년 남의집 창업 △저서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세계를 품다(21세기 북스·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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