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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불신, 벌금형도 문제다(중)] 교화 효과 큰 사회봉사명령제, 무관심 왜

소액벌금도 못내는 저소득층

옥살이 대신 봉사로 구제 불구

벌금액 낮아 변호사 의뢰 없어

신청 대상 확대 방안 강구해야





‘형사제도의 꽃.’

법조계가 보호관찰제도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이 중 사회봉사명령 제도는 징역 등 자유형이나 벌금형에 비해 교화의 효과가 높아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3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난 1989년 7월 소년보호처분대상자에 대한 사회봉사명령제를 처음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1997년에는 성인으로 대상을 확대해 전면 시행했다. 특히 2009년부터는 300만원 이하 소액 벌금형 부과자가 사회봉사로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이 마련됐다. 저소득층이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옥살이를 하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 허가를 받은 벌금 미납자들은 총 500시간 범위 내에서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지정한 복지시설이나 행정기관·공공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특히 2013년부터는 사회봉사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사회단체 등의 신청을 받는 ‘국민공모제’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소액 벌금 미납자 구제를 위한 사회봉사명령 신청제도는 10년 가까운 시행에도 불구하고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시행 첫해인 2009년 4,667명이었던 것이 2015년 8,554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16년 8,530명, 2017년 8,282명으로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정체 상태인 것은 일선 변호사들의 관심이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변호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L 변호사는 “이 제도를 아는 변호사가 그리 많지 않다”며 “워낙 벌금 액수가 낮아 수임 의뢰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하만영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도 “관련 칼럼을 쓰면서야 제도를 알게 됐다”며 “변호사들도 모르는데 일반 국민들이 제대로 알 리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무료 변론을 맡는 국선변호인들조차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신청 대상자가 저소득층으로 한정된 것도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실제로 소액 벌금 미납자가 사회봉사명령을 신청할 때 소득금액증명원·재산세납부증명원·수급증명서 등 까다로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한 법조계 인사는 “법원 허가를 충족할 정도의 저소득층이라면 차라리 노역장 유치를 택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노역장에 유치되면 재워주고 밥도 주지만 하루 8시간 사회봉사를 하더라도 5만원 안팎의 벌금을 탕감받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저소득층으로 국한된 사회봉사명령신청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법무법인 관계자는 “형사정책의 효과 측면에서 보더라도 단순 벌금형보다는 사회봉사의 교화가 더 낫다”며 “제한적으로나마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부정적인 사회 인식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조태진 울산준법지원센터 행정지원과장은 “사회봉사명령 등 보호관찰제도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5,000명 안팎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실제 근무인력은 적정 인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특히 보호관찰소 자체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다 보니 일선 현장 직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57개 보호관찰소의 정원은 1,492명에 머물고 있으며 이중 사회봉사명령 업무 담당 인력은 138명에 불과하다.

김구회 법무부 보호관찰과 사무관은 “보호관찰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인력 확충과 함께 사회봉사명령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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