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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불신, 벌금형도 문제다(하)] 경제력따라 벌금 달라야 VS 재산이 형량 기준 돼선 안돼

<하> 일수벌금제 도입 논의 26년째 제자리

■찬성

형벌 불균형 문제 해소 가능

소득 수준 고려 벌금 결정 땐

물가 등 경제상황 대응 장점도

■반대

합법적 재산, 범죄와 관련 없는데

벌금 많아지면 자본주의 훼손

완전한 국민 소득파악도 어려워

"일수벌금제 특정 도시·범죄부터 시범 실시" 절충안도





일수벌금제란 재산과 소득에 따라 같은 범법행위를 해도 벌금액수가 달라지는 제도이다. 먼저 범죄행위에 대해 징계 일수를 정한 뒤 개인의 재산·소득에 따라 일일 벌금액수를 정해 징계일수에 곱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총액벌금제는 개인별 차이 없이 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같은 벌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법무부는 지난 1992년 형사법 전면 개정 과정에서 처음으로 일수벌금제 도입을 논의했다. 이후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 2008년 검찰의 전국 민생전담 부장검사회의, 2009년 18대 국회에서 일수벌금제 논의는 도마에 올랐다. 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회에서 일수벌금제 도입을 위한 법안 발의도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수벌금제는 법조계와 국회를 막론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슈 블랙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일수벌금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수벌금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도입은커녕 공론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수벌금제가 가진 위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일수벌금제 도입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경제력 차이에 따라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형벌 효과와 불균형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법조계 전문가들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 형량을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해 서로 다른 형량이 나오고 특히 노동과 투자를 통해 경제력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불리해 형평성을 잃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일수벌금제 찬성론자들은 일수벌금제도가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벌어지는 형벌 효과의 불균형 문제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벌금 미납 때 노역장 유치를 통해 벌금을 탕감받는 환형유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판사가 법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 벌금액을 결정하는 만큼 물가인상과 화폐가치의 하락 등 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한다. 18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수벌금제 도입으로 법 처벌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각자의 경제 사정에 따라 벌금을 산정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부담을 지는 것이 벌금형의 취지에도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6년 동안 일수벌금제 도입을 막은 가장 큰 걸림돌은 모든 국민에 대한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범죄 억지력을 높일 수 있지만 모든 국민에 대한 완벽한 소득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부차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핵심주장은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 범죄인의 재산이 형벌의 양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산이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는 데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형법에서 범죄의 형량을 낮출 수 있는 양형 사유로 대부분 범행의 수단과 결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범죄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사정이 고려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범죄와 관련이 없는 재산이 형량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동과 노력·투자 등을 통해 얻은 합법적 재산에 따라 벌금이 많아지게 되면 자칫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부정한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개인의 재산이 범죄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닐 경우 동일한 범죄에 대해 동일한 벌금이 부과되는 현행 사법체계가 올바르다는 설명이다. 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판사는 통상 피고인의 경제력과 건강, 범죄 경중 등을 모두 고려한 판결을 내린다”며 “따라서 판사가 벌금을 선고한다는 것은 양형기준상 최하한의 형벌을 주는 것인데 여기에 또다시 소득이라는 변수를 연결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경제사범의 경우 벌금액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일률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해 일수벌금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대했다.

이에 따라 절충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수벌금형제도의 전면 도입 대신 시범적으로 특별자치도나 특정 도시에서 특정 범죄에 대해 일수벌금형제도를 도입하는 절충형이다. 이를테면 제주도에서만 실시하되 범죄 유형은 절도죄와 사기죄·횡령죄·배임죄 등 재산 범죄에 한정해 실시한 뒤 대상 범죄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처럼 시범사업처럼 운영하게 되면 소득원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샐러리맨들의 반발도 줄일 수 있고 시행 과정에서 운영 노하우를 쌓아 물가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는 벌금형 제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특별취재반=탐사기획팀(안의식팀장 정두환선임기자 김상용기자 이지윤기자) 사회부법조팀(김성수선임기자 안현덕기자 윤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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