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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살롱 '여가의 벽' 넘어 비즈니스와 만나다

고급정보 소수정예 공유...新트렌드 익혀 미래 설계

헤이조이스, 女CEO 등 40여명이 '인생멘토'

트레바리, 유명 대표 초청 창업 간담회

취향공유 이어 비즈니스 네트워크 형성

워킹우먼을 위한 강력한 네트워크를 표방한 헤이조이스는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헤이조이스 측은 매일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회원들이 직접 이끄는 소모임도 30여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사진제공=헤이조이스




육아용품 추천 서비스 회사인 베베템을 창업한 양효진 대표는 일이 아무리 몰려도 일주일에 한 번 잊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웰컴홈’이라는 이름의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반갑게 맞이해주는 그곳은 선릉의 아름다운 능선을 내려다볼 수 있는 ‘헤이조이스’의 멤버십 전용 라운지다.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헤이조이스를 일부러 찾아가요. 일과 육아에 지쳤을 때 이곳에 가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동료들을 만나 고민을 토로하면서 기운을 차리기도 하죠. 이뿐만 아니라 제 업무에도 실질적인 플러스가 된다는 점이 이곳의 매력이에요. 비슷한 취향을 지니고 자신의 일에 대한 성취 레벨이 굉장히 높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 보니 결속력도 강하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이 오간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워킹우먼을 위한 강력한 네트워크를 표방한 헤이조이스는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회원간 교류를 통해 업무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사진제공=헤이조이스


헤이조이스는 한국 최초로 일하는 여성을 위한 안락한 아지트이자 동시에 일과 사람·기회가 결합한 강력한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9월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회원 200여명을 보유할 정도로 알찬 콘텐츠와 짱짱한 네트워크로 입소문을 탔다. 이곳에 정식으로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연간 15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치르고 유료 회원이 되면 선릉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온 인생 선배인 ‘인스파이러’를 만날 수 있다. 회원들은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과 비슷한 취향·관심을 지닌 회원들과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단발성으로 진행되는 클래스에서 마케팅이나 경영전략·법무 등 실무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들 클래스 역시 해당 분야에서 이름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질 높은 정보를 소수정예로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헤이조이스를 운영하는 이나리 플래너리 대표는 “여성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경제적 독립과 자존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롤모델을 만나기 힘들었던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들은 헤이조이스에서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룬 미래의 전망을 찾을 수 있으며 시니어·주니어 워킹우먼들은 시대의 변화·발전과 함께 호흡하며 커리어의 생명력을 더할 수 있는 활력과 에너지·정보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트레바리 본사에서 트레바리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트레바리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얼리어답터가 많은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헤이조이스는 ‘여성 창업가들의 아지트’로 명성을 얻고 있다. 취향이 맞는 이들끼리 편안하게 만나 수평적 관계에서 네트워킹을 하는 이른바 ‘살롱문화’가 창업가들에게 영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법무·노무·세무 등 실무와 깊숙이 연결된 분야까지 아우르며 경영을 지원해주는 든든한 ‘뒷배경’이 된 셈이다. 헤이조이스 측은 스타트업 외에도 40여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한데 어우러져 연결되면서 삶의 전 영역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휴먼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을 화두로 집결하는 ‘살롱’도 3040세대 직장인들에게 삶의 활력소이자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모임으로 입소문을 탔다. 전직을 고민하고 있는 이수경(35·가명)씨는 비즈니스를 중심에 두고 한 달에 한 번씩 경영·경제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을 진행하는 ‘부런치’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비는 한 달에 4만원. 회원들은 주제를 정하고, 관련 텍스트를 읽고, 모임 전까지 독후감을 내고, 이를 기반으로 3시간씩 토론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브랜드 전략과 가격결정 이론, 디지털마케팅 전략 등 기업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를 다뤘다. 이씨는 “독서 커뮤니티에 들이는 돈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라며 “부런치의 경우 직무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다른 업계 사람들이 경영전략을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는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이나 청년 자영업자들이 유독 많다”며 “이들과 관계도 형성하면서 시장 트렌드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미래를 계획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부런치는 우리네 삶이 노동과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독서를 취미가 아닌 일과 연관한 대상으로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e커머스 회사에 근무하며 부런치를 운영하는 김세훈씨는 “현업에 있다 보니 직무 관련 지식을 쌓고 싶었는데 책만으로는 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왕이면 일과 삶을 구분하는 것보다는 일을 매개로 건강하게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취향관


살롱문화 자체가 하나의 비즈니스로 확장된 사례도 있다. 소규모 독서모임으로 시작한 트레바리는 오는 22일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하이퍼커넥트·봉봉·비바리퍼블리카·직방 등 유명 스타트업 대표들을 강연자로 초청해 각 회사의 창업 스토리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직장인들이 특히 스타트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출발한 이 행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으며 300여명으로 정한 모집인원이 단숨에 마감됐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이 저서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에서 사소한 모임이 커다란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런 점에서 이왕이면 학연·지연·혈연보다 관심사나 취향을 매개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아직은 독서모임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향후 여행이나 운동·음원 등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 같은 차원에서 서울 신사동에 퍼시스그룹의 스타트업 가구 전문 브랜드 ‘데스커’와 협업해 북카페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각자도생 이데올로기와 소통단절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망이 살롱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욕망을 해소하는 방법이 회사 동료나 학교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친밀감을 쌓는 예전의 방식과는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다. ‘금쪽같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만큼 절대로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한 젊은 세대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네트워킹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동시에 업무 등에도 도움이 되는 지식·정보를 추구하게 된다는 얘기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쟁 이데올로기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개인주의적이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청년 직장인 사이에서 소소한 소통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나타나면서 이 같은 지식 기반 모임이 발달하고 있다”며 “소확행을 도모하고자 하는 다양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책모임 외에도 비즈니스 기반 소모임 등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수민·심우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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