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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거꾸로 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독립

김상훈 시그널팀기자

김상훈기자




국민연금이 내년 자산운용의 목표 초과수익률을 0.22%포인트로 올려잡은 지난 14일. 이날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데뷔한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갖가지 악재가 꼬리를 잇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수익률을 ‘어떻게(how)’ 끌어올린다는 걸까.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안 CIO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육하원칙에 충실해야 한 기사가 반쪽짜리로 나간 것은 불문가지.

더 놀라운 것은 전혀 ‘엉뚱한’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날 국민연금 제도개선안을 ‘기습 발표’한 보건복지부였다. 브리핑이 끝난 뒤 질의와 응답이 오가는 동안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입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자산배분을 좀 더 공격적으로 하고, 여러 가지 기금 운용 능력을 배양하고, (중략) 최대한 기금운용 수익을 높이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더 논의를 해서 알려드릴 계획”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지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복지부에서 나온 말이라기에는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권력의 외압에 굴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건이 가장 뼈아팠다. 전임 이사장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때문에 구속 수감 됐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2017 기금운용평가’에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제고 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던 것도 이 때문이다. 5개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봤더니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기재부의 평가였다.



그럼에도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0월 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위를 상설기구화하고 지원사격할 사무국을 복지부에 설치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운영개선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개선안을 두고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운용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라고 말했다. 운용전략을 놓고 ‘감 놔라 배 놔라’하는 복지부의 태도가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척하면 척”이라는 말로 뭇매를 맞았다.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할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도 통화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구나 바라는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뿐이다. 유수의 해외 연기금처럼 운용본부의 독립이 필요한 이유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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