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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스케일업에 답 있다] 투자·보증서 엑시트까지...'크게 될' 기업에 입체적 지원

<하>기술 벤처 키우는 금융 플랫폼

기보, 유망 신생기업에 매년 400억~500억 자금 투자

대학교수·R&D인재 창업 돕는 '테크밸리' 사업도 진행

충남 천안에 자리한 젠바디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새로운 진단키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제공=젠바디




지난 2012년 창업한 젠바디는 2016년만 해도 연 매출 25억 원, 임직원 10명 규모의 기술창업기업이었다. 충남 천안 단국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뎅기열·말라리아 등 모기가 옮기는 질환 진단 시약을 생산하고 있었다. 기술보증기금은 젠바디의 경우 조금만 도우면 스케일업이 가능한 회사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도 박사 출신인 정점규 젠바디 대표가 모기 감염 질병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통해 중남미와 동남아 등지에서 ‘모기 박사’라고 불릴 만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초에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소두증 환자가 브라질에서 대거 발생했는데 기보는 젠바디는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기보는 지난 2016년 8월 보증연계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이 회사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젠바디는 40여 명이 근무하는 모기 질환 예방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624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8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투자업계는 젠바디가 상장할 경우 시총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케일업 지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스타트업 지원을 넘어 스케일업이 창업생태계를 튼튼하게 키울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정책금융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업 단계에서는 엔젤투자 등이 중요하지만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은 스케일업을 통해 큰 시장을 바라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정책의 입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금융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기술보증기금이다. 기보는 스케일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크게 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기업에 투자와 보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보증연계투자사업과 테크밸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망기업 직접투자로 지원 효과 극대화=그리즈위드는 지난 2013년 기술인력 3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스마트그리드 분야 기술창업기업이었다. 기술만 아는 엔지니어들에게 현실의 벽은 높았지만 기술 개발에 전념한 결과 공장·학교·빌딩 등의 전기를 아껴주고 수익을 얻는 사업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 등에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기보는 이 회사의 남다른 기술력을 알아보고 2016년 10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임직원 60명 규모로 덩치를 키웠고 2014년 13억 6,300만원이던 매출은 2017년 300억 원을 돌파했다. 포스코·SK에너지·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각 분야 최고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상장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젠바디와 그리즈위드 사례처럼 창업기업이 규모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보의 보증연계투자사업은 보증과 직접투자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술력이 우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해 기업의 성장을 돕는 사업이다. 리스크가 높아 민간 투자시장에서 투자를 받기 어려운 창업기업에게 자금을 투입, 벤처투자시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기능도 한다. 투자 대상은 설립 후 5년 이내의 초기기업이고 투자 종류는 주식·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등이다.



보증연계투자사업은 2005년 시작됐다. 2012년까지는 매년 100억원 규모로 운영되다가 2013년부터는 매년 400억~500억원을 신규투자하고 있다. 기업만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기보도 수익을 거뒀다. 2005년 이후 총 240개 기업에 2,657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22개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됐고 기보는 218억원의 누적투자순익을 실현했다. 기보 관계자는 “독보적인 기술평가 능력을 바탕으로 기술보증과 연계해 투자함으로써 정책금융 지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매년 1만개 이상의 신규 기술보증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망기업 물색해 스케일업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인력 지원해 성공확률 제고=리센스메디컬은 냉각마취기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첫 번째 회사라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김건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가 학내에 창업한 이 회사는 안구내주사요법(IVT)을 위한 ‘세포급속정밀냉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눈에 직접 주사를 맞으려면 마취가 필요한데 기존 약물마취법은 부작용이 컸다. 김 교수는 얼음을 만지면 동상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손의 감각이 얼얼해지는 단계가 있는 것에 착안해 냉각마취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시제품은 FDA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피부과와 치과 시술을 위한 냉각마취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이 회사는 매출이 전무한 상태에서 기보로부터 10억 원 투자와 20억 원 보증을 지원받은 기업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대학 교수나 학내 연구진 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테크밸리’ 사업의 1호 회사가 바로 리센스메디컬이다.

기보의 테크밸리 사업은 연구역량을 가진 인재들의 창업을 유도하고 이들이 가진 기술이 사업화되도록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U-테크밸리’와 연구원을 대상 ‘R-테크밸리’로 나뉘는데 앞서 언급한 리센트 메디컬은 U-테크밸리의 사례다. 기보의 테크밸리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창업, 연구개발(R&D), 사업화 자금을 단계별로 지원하기 위해 최대 30억 원의 보증과 투자를 지원한다.

기보는 U-테크밸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R-테크밸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연구기관들이 연구원들의 휴·겸직 허용 기간을 보장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휴·겸직 상태에서 창업을 할 수 있는데 이들이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기보 관계자는 “R-테크 밸리는 보증 공급뿐만 아니라 창업과 사업화, 엑시트(exit)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능도 하고 있다”며 “전문인력의 성공 창업과 스케일업의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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