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사진)는 지난 2012년 보트를 타고 쿠바를 떠나 멕시코 칸쿤을 거쳐 미국 텍사스에 입국했다. 이 과정에서 푸이그는 밀입국 알선 조직에 거액을 내놓아야 했으며 이 조직은 미국 입국 전 신체 절단 위협을 가하며 푸이그를 인질로 잡아놓기도 했다. 쿠바 출신 야구 선수들은 메이저리거 꿈을 위해 이렇게 목숨 건 탈출에 나서야 했다.
앞으로는 이런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쿠바 선수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MLB닷컴 등 외신들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 쿠바야구협회가 20일(한국시간) 역사적인 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본·대만 선수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거치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쿠바 선수들에게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협약에 따르면 쿠바협회는 25세 이상에 6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면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
타고난 유연성과 파워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쿠바 야구 선수들은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외교 단절 탓에 메이저리그 진출은 쉽지 않았다. 이후 2014년 국교 정상화로 희망이 생긴 데 이어 이번에 스카우트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약까지 교환하면서 쿠바 유망주들은 안전하게 꿈을 좇을 수 있게 됐다. 푸이그는 “미래의 쿠바 선수들은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며 “정말 잘 됐고 고마운 일이다. 재능 있는 쿠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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