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업무보고가 내년 초로 밀린 부처는 ‘울상’이다. 대통령 앞에 내놓을 그럴듯한 ‘제목거리’를 찾느라 연말 휴일을 반납해야 할 처지다.
대통령 업무보고가 연말 공무원들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말 산업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교육부·고용노동부 등 일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는 통상 연초에 하지만 이번에는 장관이 바뀐 부처 위주로 일정을 앞당겼다.
업무보고를 마친 부처들 중에서도 대통령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부처의 분위기는 더욱 좋다. 산업부 외에 농식품부도 여기에 해당한다. 농식품부는 겨울철 골칫거리인 구제역과 조류독감(AI) 등을 적어도 현재까지는 잘 막아 대통령으로부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격무부서는 인사로 배려하라고도 했다”며 웃었다. ‘숙제’는 마쳤지만 박한 평가를 받는 부처 공무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유치원 비리 사태, 수능 혼란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교육부는 대통령으로부터 “국민들이 ‘공정하다,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느끼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지적을 받았고 고용부도 “적어도 고용문제에 있어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는 질타를 받았다.
최근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숙제를 끝낸 기재부는 또 다른 고민에 휩싸여 있다. 장관이 바뀌었지만 업무보고 일정이 새해로 밀린 탓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방향에 내년 업무의 상당 부분이 반영돼 있음에도 새로운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대북관계 개선이 지지부진하면서 일감이 줄어든 외교부나 통일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업무보고 때 각 부처에 대해 대통령이 내린 평가가 공개되면서 새해 보고를 앞둔 부처 공무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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