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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2019, 혼돈으로 향하는 '북핵 게임'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中日 등 자국 이익만 좇는 가운데

트럼프 '북핵 타협' 그칠 가능성

韓도 비정한 현실서 해법 모색을





2018년은 참으로 극적인 해였다. 지난 2017년 말 한반도가 전쟁 직전까지 몰렸던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일관되게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고 공존에 입각한 남북한 번영의 꿈을 그렸다. 그 결과 한 해에 남북 정상회담만 세 차례, 그리고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비핵화의 목표를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직접 연설을 했으며 남북 정상은 백두산에 올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모두 전례가 없던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러나 성사를 기대했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한반도 종전선언,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2018년 정세는 우리 모두에게 한반도에 안정적인 평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줬으면서도 그 길이 간단치 않음을 동시에 인지시키고 있다.

2017년 극도의 위기감, 2018년 극도의 희열을 동시에 넘어서면서 2019년은 좀 더 냉정해져야 할 것 같다. 2019년은 미중 수교 40주년,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미중관계는 비록 불혹의 나이에 다다랐지만 전략경쟁의 미혹(迷惑)에 더욱 빠져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에 반해 북중은 어떻게든 양국 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정상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도 예상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냉전시대의 북중 동맹과 같은 연루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밀고 당기는 교섭을 계속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연루시켜 자신의 전략적 자산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한국과는 김정은 답방 등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하겠지만 핵 문제는 점차 한국을 우회해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을 강화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 추진은 먼 미래의 문제로 남을 것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떨어지는 지지도, 경제적인 불확실성, 미일 동맹의 불안정성과 비용 증가에 직면한 일본은 한국과의 불화를 오히려 정치적 자산으로 취하려 할 개연성이 크다. 일본만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유일한 전략적 자산임을 더욱 강조하려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에 대한 가치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시리아에서의 일방적인 철군 명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해임,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급속한 증대요구 등은 모두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국내 스캔들, 이민장벽 설치 문제로 인한 충돌 심화, 하강 국면의 경제, 민주당의 하원 장악, 그리고 다가올 대선 등 국내 문제로 온통 혼돈스러울 것이다. 적어도 북핵 문제는 그가 내세울 거의 유일한 성과다. 우리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국내 정치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전략경쟁은 더욱 강화하고 북한과는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문제를 타결 짓고 일부 핵 폐기에 합의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핵 협상의 승리를 선언하지만 북한은 실제 핵보유 국가로 남게 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중·러의 환영을 받으면서, 한국과도 우호적이고 개선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이처럼 핵협상을 일차 타결 짓는다면 우리는 환영해야 할까.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 미군의 주둔’은 변수가 되고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은 상수가 된다. ‘안정된 한반도’에서 주한 미군의 주둔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이 경우 아베 정부는 이 상황을 자신들의 전략자산으로 삼으려 미일 동맹은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북한과도 교섭을 강화할 것이다.

우리의 염원은 우리의 노력으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내년에도 북한을 설득해 비핵화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이나 미국, 중국, 일본은 우리가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라는 구조적인 변수는 이러한 ‘적자생존’의 세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각국은 가장 이기적인 방식으로 이 게임에서 생존하려 할 것이고 그 세계는 혼돈을 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우리의 플랜 B는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할 것이다. 엄청난 축재와 탐욕의 이중적인 이미지를 가진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면서 희망보다는 걱정이 슬슬 앞서기 시작하는 것은 A형 피를 가진 나만의 근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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