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사건 첫 재판이 2일 열렸다. 지난해 1심 선고 당시 생중계에 반발하며 법정 출석을 거부한 뒤 118일 만에 항소심 재판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은 다소 수척하지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사건 첫 재판을 열었다. 정식 재판인 만큼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법정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9월 6일 열린 1심 결심공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 10여 명이 나왔다. 그가 법정에 들어서자 측근인 정동기 전 민정수석,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재판장이 “피고인 이명박 씨”라고 출석을 확인하자 이 전 대통령은 마른기침을 하며 바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주변엔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 등 변호인 9명이 착석했다. 뿔테 안경을 쓴 이 전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고, 왼쪽 옷깃엔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하얀색 구치소 표식 배지를 달고 있었다.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자리에서 일어선 이 전 대통령은 “411219”라며 자신의 생년월일을 읊다가 “뒤에 번호를 모르겠습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또 재판장이 양측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는 동안 그는 방청석을 둘러보며 법정을 찾은 이들과 일일이 눈을 맞췄다. 자리를 찾지 못해 법정 왼편 앞쪽에 서 있던 둘째 딸 승연 씨도 아버지와 눈을 맞추고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검찰 측이 먼저 프레젠테이션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부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는 이따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가, 왼편에 앉은 황적화(62·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웃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 전 대통령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재판이 열린 30여석의 법정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20여명은 서거나 바닥에 앉은 채로 재판을 지켜봤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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