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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己欲立而立人 <기욕립이립인>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새해에 사람을 만나면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일반적으로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가장 많이 건넨다. 특별히 아프거나 나이 드신 분에게는 건강과 장수를 축원한다. 한 사람씩 인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개인과 그 가족의 행복과 성공을 빌게 된다.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새해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번쯤 과연 한 사람의 성공과 행복이 개인의 계획과 노력으로만 가능할까 하는 물음을 던져볼 만하다. 교육 현장도 선생과 학생의 교감이 이뤄져야 하고 상거래도 두 상대가 만족해 합의를 해야 하고 연구개발(R&D)도 팀원의 협조가 빛을 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나의 성공에서 내가 들이는 기여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팀원의 기여와 상대의 공덕에 긴밀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때 나만의 성공을 고수하면 결과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공이 사람다움의 인(仁)에 대해 질문하자 공자가 제안했던 이야기를 돌아볼 만하다. 사람다움은 추상적인 가치이므로 공자가 복잡한 이론으로 대답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일어서고자 하면 주위 사람도 일으켜 세우고 자신이 이르고자 하면 주위 사람도 이르게 한다(기욕립이립인·己欲立而立人, 기욕달이달인·己欲達而達人).” 보다시피 공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려운 글자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쉬운 말로 간명하게 대답했다.



얼핏 생각하면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나와 주위 사람이 함께 살자는 공자의 말이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린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더라도 협력이 필수적인 영역에서는 공자의 말도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기술 개발경쟁이 날로 뜨거워진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단체와 기업이 막대한 비용과 많은 인력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상대와의 협력을 피할 수가 없다. 자동차와 컴퓨터 계통에서도 하나의 원청 기업에다 수많은 협력 업체가 일을 나눠 사업을 진행한다. 전통적인 건축과 토목 분야도 하나의 프로젝트나 아파트 단지를 완성하기 위해 하청에 하청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군소 업체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단계에서 이익을 독점하겠다고 하면 협력 관계가 깨진다. 공자의 말을 패러디하면 이렇게 된다. “내가 일어서고자 하면 주위 사람을 일으켜 세워서는 안 되고 내가 이르고자 하면 주위 사람을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홀로 우뚝 서고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으면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한두 번의 성공은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자기의 이익을 앞세우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수시로 파트너를 바꾸게 되면 나중에는 더 이상 함께 일할 상대를 찾지 못하게 된다.



공자는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이 왜 사람다움의 인과 연결된다고 생각했을까. 사람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한 범위의 차이가 있지만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다움은 그 관계를 나만 홀로 서는 방식과 주위 사람과 함께 서는 방식 중 후자의 방향으로 잡을 때 길이 열리게 된다. 경쟁이 협력을 포함할 때 인간다운 경쟁이 되면서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공생이 된다. 경쟁이 협력을 배제하게 되면 약육강식의 논리를 인간다운 경쟁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현실에서 실제로 수많은 협력으로 생존하고 동업하면서 자신의 힘만으로 성공했다는 경쟁지상주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게 하면 개인의 영웅성과 천재성이 더 돋보일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난제를 뚫고 나갈 수 없다. 학교에서부터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학력을 계발할 뿐 아니라 협력해 과제를 풀어나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험이 정도와 범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사람이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지혜를 넓히고 깊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터득해 타자에 대해 냉담하기보다 환대할 수 있는 인간다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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