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겨울 시편

- 김경성





한겨울 날아드는 철새 떼는

전깃줄부터 팽팽하게 맞춘다

봄부터 가을까지 마음 열고 있는 전깃줄을

오동나무 공명판에 걸어놓고

바람으로 연주한다

산조가야금 소리 들판을 가로질러갈 때

저수지의 물결마저 일시 정지하여

제 몸 위에 얼음판을 올려놓고

새들의 그림자까지 다 받아낸다

춤을 추는 산사나무,

붉은 열매 후드득 떨어트려서 음표를 그려대고

저수지 큰 북을 두드리는 새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대숲에서는 마라카스 소리가 비바체로 흘러나온다

하늘 궁륭을 천장으로 삼고, 첩첩 산맥을 벽으로 삼고, 광활 대지를 무대로 삼은 거대한 겨울 음악당. 오직 청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잎도 꽃도 다 지운 무채색 겨울 들판에 악사들이 날아왔구나. 전깃줄 현이 울고, 오동나무 공명판이 떨고, 저수지 큰북이 쩡쩡 소리 내고, 대나무 마라카스가 빠르게 부대끼니 바위조차 귀를 기울이고 있구나. 저토록 크고 아름다운 우주 음률이 겨우내 울려 퍼지는데도 듣지 못했던 것은 내 마음의 작은 소음들 때문이었구나.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