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책의 미학을 살리기 위해 한길사와 한길책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큰 책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하 ‘도레가 그린 신곡’)이 출간됐다. 책에는 스물셋 되던 해에 단테의 ‘신곡’을 읽고 거기에 묘사된 장면을 삽화로 재현한 지옥(75점), 연옥(42점) 천국(18점) 등 모두 135점이 수록됐다.
‘도레가 그린 신곡’은 한정판으로 500권만 만들었으며, 한 권에 25만 원이다. 책을 쉽게 만드는 풍토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14일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도레가 그린 신곡’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책은 예술과 미술로 접근해야 한다”며 “몇 년 후에도 이런 책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이 책의 배가 되는 책도 만들고 싶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만들 수 있는 크기로는 이게 제일 크다”고 말했다.
이 책을 번역한 박상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큰 책이라는 것은 도레의 그림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림을 앞에 두고 음미하고 시간을 가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며 요즘 보기 힘든 판형(300*370mm)의 이 책에 대한 의미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신곡’을 번역한 적이 있지만, 다시 번역을 했다. 원문의 맛을 가능한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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