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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서치]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컴백

<김형종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경협 강화 등 '동아시아 공동체' 가속 기대

김형종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지난 2018년 5월9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를 통해 마하티르 모하맛이 다시 말레이시아 총리로 취임했다. 1981~2003년 이미 총리를 지냈던 마하티르는 이번에는 야당의 대표로 총선에 임했다. 이는 개인의 정치적 복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집 라작 전 총리와 집권세력의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만든 헌정 사상 최초의 정권교체이기 때문이다. 마하티르는 집권 후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총리가 외교정책을 직접 챙겨왔음을 고려할 때 마하티르의 총리 취임은 말레이시아 외교관계와 정책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중국과 일본의 경쟁관계 속에서 보다 균형 잡힌 말레이시아 외교와 보다 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마하티르는 과거 총리 재임 시절 강대국을 상대로 균형외교를 표방했으며 아세안을 중심으로 역내 협력을 주도했다. 특히 1990년 초 동아시아지역주의를 표방하는 동아시아경제협력그룹(EAEG)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교정책을 전개한 바 있다. 당시 마하티르의 동아시아 협력 제안은 미국의 반대와 관련 국가들의 미온적 태도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으며 지역 협력의 필요성을 공감한 역내 국가들이 협력을 도모하면서 ASEAN+3(한중일)이 탄생했다. 마하티르가 제안했던 EAEG 회원국인 아세안과 한중일이 정확히 일치한다. 현재 ASEAN+3에 미국·러시아·호주·뉴질랜드·인도가 추가로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도 함께 개최되고 있다.



‘아세안+3’ 최초 구상...균형외교 등 역내 구심점 역할

재취임후 달러 의존도 낮출 공동결제수단 제안 등 눈길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엔 인권보호 국제적 대응 촉구도

마하티르는 과거 총리 재임 시절에 아세안 회원국의 확대와 더불어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1997년 아세안 창설 30주년을 맞이해 회원국의 10개국 확대에 대한 합의를 이끌었다. 마하티르의 외교는 한국과도 관련이 있다. 이른바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통해 일본 및 한국과의 경제 및 교육 분야의 협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했다. 1989년 한국이 아세안과 부분적 대화상대국 관계를 개설할 당시에도 마하티르의 지지가 아세안의 합의를 이끄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하티르의 총리 복귀는 현재 아세안 내 리더십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이 국내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국내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적 차원의 논의를 주도하는 역내 정상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33차 아세안 정상회의와 관련 정상회의에서 다자외교를 재개한 마하티르는 의미 있는 구상들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동아시아 역내 교역에서 공동 결제수단을 활용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미중 간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속에 공동 결제수단을 활용할 경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 결제수단은 금에 기반한 아세안 또는 동아시아 차원의 특별 결제수단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금융협력 메커니즘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협정의 심화와 연결되며 장기적으로 유로와 같은 지역화폐의 논의도 촉발시킬 수 있다.

역내 경제통합에 대한 제안은 마하티르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마하티르는 1998년 경제위기 당시 고정환율제를 도입하고 환율 통제정책을 시행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정책을 실행한 바 있다. 당시 외환거래 시스템과 환투기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는데 지금도 그런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고 수차례 밝히고 있다.

역내 인권침해의 문제와 민주주의 후퇴 등의 정치적 현안에 있어 마하티르의 역할도 주목된다. 아세안이 당면한 최대 과제 중 하나인 미얀마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말레이시아 나집 전 총리가 국내 정치적 수단으로 로힝야 문제를 적극 활용하고자 했던 반면 개혁을 기치로 내건 마하티르의 경우 보다 본질적 사안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마하티르는 아웅산 수지가 “방어할 수 없는 것을 방어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구금된 경험이 있는 자가 (상대의) 고통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며 아웅산 수지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총선에서 현 정부는 난민 지위에 대한 합법화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공약한 바 있다. 이후 일련의 개혁정책과 함께 난민정책에 대한 전향적 변화 가능성과 이의 아세안에 미칠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아시아적 가치 등을 내세우며 내정 불간섭 원칙을 옹호했던 마하티르가 정권교체와 더불어 복귀한 이래 개혁 지향적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 지역적 차원에서는 경제 분야의 통합을 더욱 가속화하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증가 속에 지역적 대안을 제시하는 마하티르의 구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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