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문 승인투표가 부결되자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하는 한편, 최악 상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합의문 승인투표가 큰 표차로 부결된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No Deal)’를 받아들여 큰 혼란 속에 EU를 떠나거나, 2016년의 브렉시트 결정을 뒤집는 정치적 대격변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투스크 의장은 이에 대해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반면에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꼽히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저녁 투표 결과로 영국이 혼란스럽게 EU를 떠날 위험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 만큼 EU 집행위는 EU가 (비상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비상대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의 샤를 미셸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계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EU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영국 의회 승인투표 부결 이후 브렉시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투스크 의장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영국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다음 단계 조치에 대해 명확하게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은 단합해서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EU가 영국과 추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영국 하원의 투표 전에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브렉시트 합의문이 영국 의회에서 거부될 경우 브렉시트 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비준 투표 격인 승인투표가 부결돼도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오는 3월 29일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양측이 ‘노딜 브렉시트’로 직행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영국 의원들에게 지난 11월 공식 서명된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지 말라고 선을 그어 제한적인 재협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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