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광화문광장이 2021년까지 보행자 중심의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가 광장에 포함돼 면적이 3.7배 늘어나고, 광화문에서 시청까지는 지하로 연결해 도시철도 5개 노선을 품은 초대형 역이 만들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CA조경기술사사무소’ 등의 ‘Deep Surface’(딥 서피스·깊은 표면)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국제설계전 공모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목표는 광장의 ▲ 600년 ‘역사성’ ▲ 3·1운동∼촛불혁명의 ‘시민성’ ▲ 지상·지하를 잇는 ‘보행성’을 계승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선작은 지상을 비우고 지하를 채워 서울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다양한 시민 활동을 가능하게 했다. 공모 심사를 맡은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대한민국의 중심 공간으로서 상징적 가치를 가장 잘 노출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 들어설 광화문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부종합청사 쪽 도로가 없어지고 모두 광장으로 포함돼 광장 규모가 1만9,000㎡에서 6만9,000㎡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경복궁 앞에 3만6,000㎡ 규모의 ‘역사광장’, 역사광장 남쪽으로 2만4,000㎡ 규모의 시민광장을 새로 만들고 기존에 질서 없이 늘어서 있던 구조물들은 정리한다. 이를 통해 광장 폭은 60ｍ로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넓어진다.
광화문을 오랫동안 지킨 ‘터줏대감’ 이순신장군상은 옛 삼군부 터인 정부종합청사 옆으로, 세종대왕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옮긴다. 광장 내 어느 곳이든 경복궁과 북악산 전경을 막힘없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모 심사 과정에서 이순신장군상 이전은 역사성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이순신장군상·세종대왕상 이전은) 연말까지 공론 과정을 거쳐서 충분히 시민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구조화 설계엔 광화문광장이 100년 전 3·1운동부터 민주화 항쟁, 촛불집회까지 민주주의 역사의 주요 무대가 돼 왔다는 점도 반영된다. 진양교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는 “광장 자체로 시민 의견이 표현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의미가 있고, 촛불 이미지를 상징하는 내용이 지상광장 바닥 패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작지만 현대사의 의미도 담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종합청사 별관 앞 세종로공원 부지에는 클래식 콘서트홀을 만들고 광장변 건물 앞에도 테라스, 바닥분수, 미니공원 등을 조성한다. 광장과 건물 사이, 건물 옥상 등에도 다양한 나무를 심는다. 이를 통해 북악산∼경복궁∼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도심 녹지 축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지상과 지하는 계단식·개방형의 뜨락 정원으로 이어지며 단차를 이용해 테라스 정원도 꾸민다. 지하에는 서울시청까지 350ｍ를 연결해 1만㎡ 규모의 ‘지하도시’를 조성한다. 이 공간엔 콘서트, 전시회 등이 연중 열리는 휴식, 문화, 교육, 체험 시설이 들어선다.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약 4㎞의 지하 보행로도 만들어진다.
이러한 지하 공간에 더해 서울시는 현재 동아일보 자리 인근에 GTX-A(파주 운정∼서울∼화성 동탄) 광화문 복합역사 신설을 추진한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지하철 5호선 광화문, 1·2호선 시청, GTX-A에다 노선·선로를 공유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고양 삼송)까지 총 5개 노선을 품는 초대형 역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강남·북 균형발전을 앞당기는 결정적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 시절 훼손됐던 월대(月臺·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와 현재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의정부’터를 복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연말까지 ‘세종로 지구단위계획’을 정비한다. 이를 통해 북촌, 서촌, 사직동, 정동, 청계천 등 그물망처럼 이어진 도심의 보행 공간을 광화문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에는 서울시 예산 669억원, 문화재청 예산 371억원 등 총 1,04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완공 목표 시기는 2021년 5월이다. 이번 공모에는 국내외 70개 팀이 참여했으며 당선작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정해졌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