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맞서 베네수엘라 반정부 세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30대 젊은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난 5일 국회의장으로 취임해 정권퇴진운동에 앞장서기까지 국제사회는 물론 자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정치인에 가까웠다.
그는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인 1999년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된 대규모 산사태로 수천 명이 숨진 가운데 과이도 가족도 집을 잃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 이후 수도 카라카스의 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과이도는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포함해 2곳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7년 당시 우고 차베스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대하는 대규모 학생시위의 지도자로 나서면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2년 뒤에는 젊은 정치지도자들과 함께 ‘대중의 의지(VP)’라는 정당을 창당하고 정치활동을 본격화했다. 빈곤 극복과 민주주의 보장을 내건 VP는 반정부 거리시위를 적극 주도하는 등 베네수엘라 야권의 강경파에 속한다. 2011년 대체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과이도는 2016년 바르가스주에서 정식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의 존재감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면서부터다. 그가 반정부 세력을 결집하며 정치적 위상을 키우자 마두로 정부도 본격적인 견제에 돌입했다. 13일 베네수엘라 정보기관 요원으로 추정되는 세력은 반정부시위 참석을 위해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그를 붙잡아 1시간가량 억류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분열 양상을 보이던 베네수엘라 야권을 하나로 뭉치게 한 신선한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데이비드 스마일드 워싱턴중남미연구소(WOLA)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과이도가 야권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며 “야권이 마침내 용기 있고 지도력을 갖춘 신선한 얼굴을 내세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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