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고수준을 보인 것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에는 동의하나 오름폭이 워낙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금 부담 우려가 더해져 매수심리 위축과 거래 감소추세가 지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부동산 전문가들에 문의한 결과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지난주에 공개됐었던 예상 상승률보다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예년과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에 중점을 둔 현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급등으로 나머지 개별주택 공시가격 전반의 인상도 불가피해지면서 조세 저항 등 상당한 반발도 예상된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보유세, 지역건보료 등이 따라 오르기 때문에 소득 없이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은퇴 가구, 고령 가구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부유 계층들은 상관없겠지만 단독주택은 소득구조가 좋지 않은 은퇴 가구, 고령 가구가 많이 소유하고 있다”며 “나중에 세금으로 현실화 됐을 때 지난해와 비교해서 올해 부과 금액이 높다고 한다면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정한 근로소득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고가단독주택 매각 혹은 보유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등 주택 보유자의 각종 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세질 것이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의 기조로 볼 때 내년에도 이 정도로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은 늘어나는 데 매수 심리는 위축돼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주택 대량입주와 대출규제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부담까지 3중고가 더해지면서 매수심리 위축과 거래 감소추세는 더 지속되고 가격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급격한 인상보다는 속도를 조절해 공시가격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뭐든 급격히 올라가면 국민들에게는 부담이 주게 되며 세금 증가로 인해 시장이 경색된다면 결국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올리더라도 정해놓고 조금씩 연차적으로 올라가는 게 맞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거래세 인하 등의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이재명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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