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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리포트] "투쟁해 월급 올리는 시대 끝나...복지 지원 '사회적 임금' 시급"

■갈길먼 사회적 대타협-문성현 경사노위원장 인터뷰

現노사관계론 미래산업 답 없어...사회적 대화 이어갈것

先탄력근로·ILO협상-後대·중기 양극화 해소 논의 필요

민노총은 사회안전망 등 모든 대화 거부 자세 넘어서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권욱기자




문성현(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는 내내 힘들어했다. 그는 지난달 폐에서 자란 1.6㎝짜리 악성 종양을 제거하고 보름가량 건강을 돌봤지만 산적한 현안은 문 위원장을 쉬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신의 친정이기도 한 민주노총은 28일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끝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무산시켰다. 경사노위가 주도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 합의 시한은 이달 말이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와 문 위원장에는 명백한 위기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노사정 대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탄력근로제와 ILO 핵심협약에 대해 꼭 합의가 아니더라도 노사가 머리를 맞대 성과를 내고 국민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는 그 믿음을 바탕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의 격차를 줄이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 안전망 강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춰 미래 산업 경쟁에서 승리하고 내수경제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1980년대 격렬했던 노동 투쟁을 이끌고 민주노총의 산파 역할을 했던 노동계 대부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이제 개별 기업에 들어가 노조 투쟁을 벌이고 임금을 높여 집 사고 의료비를 대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임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게 아니라) 보육과 교육·의료·주거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주는 ‘사회적 임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한국 차는 중국 차뿐 아니라 독일 차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지금 같은 노사 관계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기본적으로 교육·보육·주거비를 국가에서 해결하고 사회민주주의를 선택한 독일 역시 적극적 복지 정책으로 기업의 임금 부담을 낮췄다”는 게 문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탄력근로제와 ILO 핵심협약 논의를 매듭짓고 국민들이 ‘경사노위가 잘한다’는 희망을 품는다면 이를 토대로 격차 해소와 사회적 임금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격차 해소의 방점은 대기업의 고임금 근로자와 중소기업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격차 줄이기다.



그는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인상 자제에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중요하다”며 “고임금 근로자는 물가 수준 정도만 올리고 저임금 노동자를 많이 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을 1%포인트 낮추는 대신 이 1%포인트만큼의 금액을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연대기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사노위는 다음달 ‘양극화 해소 위원회’를 새로 출범시킨다. 문 위원장은 “‘양극화 해소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연구회’를 정식 위원회로 발돋움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문제는 단군 이래 최대 문제”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임금 노동자를 뛰어넘어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소득 문제까지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단히 어렵지만 양극화 해소위에서 풀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친정인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투쟁일변도’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노총은 사실상 경사노위 참여 대신 투쟁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그는 “투쟁이냐 대화냐는 철저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를 거부한다고 자동차·철강 산업의 미래까지 논의하길 거부하는 것인가, 사회 안전망 논의까지 안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확대 철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니 다른 논의도 못 하겠다는 자세는 민주노총이 넘어서야 한다”며 “민주노총보다 한국노총에 거는 기대도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최근 사용자 측이 ILO 핵심 협약 논의에서 근로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시도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탄력근로제와 ILO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그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우 향상은 대화보다 (민주노총이) 투쟁으로 해결하려는 여지도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 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다. 그는 “지금 같은 노사 관계라면 미래 전기차 산업이 국내에서 꽃피기 어렵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원·하청 공정임금, 사회적 임금 토대위에 미래형 자동차 사업을 어떻게 쌓아올릴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한(일자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치적 사업이라는) 오해들, 민주노총이나 현대차 노조가 갖고 있는 오해가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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