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가 국내 은행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가 국내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해 주목된다.
29일 닐 파바라이 레피니티브 북아시아지역 부사장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은행 등 전 세계 2,200여곳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 자금세탁이나 테러에 방지할 수 있도록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자금세탁방지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말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 등 준법감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1,100만달러(약 120억원)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후 국내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이슈가 급부상하자 이에 대한 시장 선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레피니티브는 금융기관 등 전 세계 190개국의 기업 4만여곳을 대상으로 금융 관련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체로 월가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투자 나침판의 역할을 해왔다. 톰슨로이터의 금융사업 부문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인수됐다.
국내에서는 300여개 기업에 다양한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한금융의 인공지능(AI) 금융 서비스인 ‘보물섬’을 개발하는 데도 데이터 제공 파트너로 참여했다. 올해부터는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인 ‘월드체크’를 본격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파바라이 부사장은 “월드체크를 이용하면 금융사가 거래하려는 기업이 제재대상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면서 “매달 4,000여건에 달하는 기업 정보를 새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이나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주요 국가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 규제 관련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이 같은 규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업체가 발 빠르게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석준 레피니티브 한국지사 대표는 “농협은행이 미 금융 당국으로부터 맞은 벌금은 글로벌 은행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라며 “해외 감독 당국의 규제가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도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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