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업계 1위와 2위인 삼천리자전거(024950)와 알톤스포츠(123750)가 전기자전거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삼천리자전거가 저가형 전기자전거인 ‘팬텀 이콘’을 내놓으면서 알톤스포츠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던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반격에 나섰기 때문. 알톤스포츠 역시 신제품 ‘벤조’를 비슷한 가격대에 내놓으며 방어에 나설 태세다.
30일 자전거업계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24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대리점 사장단 1,200여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가격을 60만원대로 대폭 낮춘 전기자전거인 ‘팬텀 이콘’을 출시했다.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춰야 전기자전거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전까지 삼천리자전거가 내놓은 전기자전거는 90만원대 이상의 중가 모델이었다. 이와 함께 전기자전거 라인업도 13종으로 넓혀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저렴한 제품부터 고사양 제품까지 범위를 넓혔다”며 “특히 전기자전거 대중화를 위해서 가격이 낮은 제품군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리의 이러한 행보를 놓고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알톤스포츠의 저가형 전기자전거 ‘니모FD’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니모FD는 지난해 초 알톤스포츠가 처음으로 선보인 접이식 전기자전거로 8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기동성을 인정받아 출시 3주 만에 전국 대리점에 매진됐다. 올해 알톤스포츠가 내놓는 신제품 ‘벤조’도 니모FD나 팬텀 이콘과 비슷한 가격대에 나올 것으로 관측되면서 저가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아직 벤조 출고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삼천리자전거의 저가형 라인업과 비슷한 가격을 달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니모FD로 촉발된 저가형 전기자전거 ‘성공 방정식’이 자전거 시장의 ‘치킨게임’으로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전기자전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자전거업계가 전형적인 ‘과점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경쟁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17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이번 전기자전거 사업에 ‘명운’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 3·4분기까지 총 6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누적매출액은 7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9.4%나 떨어졌다. 해외 자전거업체의 선전과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일반 자전거의 매출이 곤두박질친 데 따른 결과다. 지난 2001년 영업손실액 20억9,000만원에 이어 17년 만에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니모FD’ 덕을 톡톡히 본 알톤스포츠는 지난해 3·4분기 현재 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5년부터 이어져 온 적자행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삼천리자전거가 먼저 ‘칼’을 뽑아든 만큼 올해 진검승부에 돌입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치킨게임이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 모두에게 패배를 안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최종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더 낮은 가격대로 무장한 중국산 전기자전거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지난해 만도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전기자전거에 밀려 전기자전거 ‘만도풋루스’ 완제품을 만드는 대신 핵심기술을 모듈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여기에다 저출산과 미세먼지 영향 등으로 일반 자전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천리자전거 매출액은 2016년 1,428억원을 찍은 후 줄곧 하향세를 그리고 있으며, 알톤스포츠도 2014년 684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7년엔 434억원까지 급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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