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정천기 신경외과 교수, 정우림 서울의대 연구원은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외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urgery)’과 ‘휴먼 브레인 매핑(Human Brain Mapping)’에 발표했다.
해마는 측두엽 안쪽에 있는데 거의 모든 뇌 부분과 신경연결을 이루고 있으며 기억·학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전증은 기분·인지장애와 발작 증세가 동반되는 흔한 중증 만성 신경학적 질병이다. 이 가운데 측두엽 뇌전증은 해마부위가 경화돼 발생하며 성인 뇌전증 환자 가운데 가장 흔하다. 측두엽 뇌전증 환자의 30%가량은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발작을 없애려고 측두엽 일부를 잘라내거나 뇌전증 유발부위와 정상 대뇌 간의 회로를 끊어주는 수술을 한다. 수술 후 60~80%는 발작 증세가 없어지거나 호전된다. 하지만 해마가 손상돼 인지·학습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 수술 여부와 수술 범위 선택에 어려움이 따른다.
연구팀은 측두엽 일부를 절제한 뒤 평균 6년이 지나도록 기억장애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19~50세 35명(중앙값 33세)과 같은 연령·교육수준의 뇌전증 없는 24명에게 단어·그림 각 100개를 30분간 암기하도록 한 뒤 50개씩 추가해 각 150개씩의 단어·그림 과제를 풀도록 하고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기억 기능과 해마 활성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절제된 부위 반대쪽 해마의 활성도가 강할수록, 반대쪽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m·PFC)’과 해마를 포함한 광범위한 뇌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과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기억 기능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왼쪽 해마는 언어기억, 오른쪽 해마는 시각기억을 담당한다. 그런데 언어기억을 담당하는 왼쪽 해마가 수술로 손상된 경우 시각기억을 담당하는 오른쪽 해마가 언어기억까지, 시각기억을 담당하는 오른쪽 해마가 수술로 손상된 경우 언어기억을 담당하는 왼쪽 해마가 시각기억까지 담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건강한 사람의 뇌에는 이 같은 연결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마가 일부 절제된 쪽에 남아 있는 해마의 뒷부분도 기억기능 유지와 큰 연관성이 없었다.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정우림 연구원은 “해마의 일부분이 잘려져 나갔더라도 뇌의 다른 부위가 이를 보완해 기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기억장애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천기 교수는 “뇌전증 수술 여부와 범위 선택은 물론 기억장애를 최소화하는 뇌수술법 고안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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