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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시대, 명문대 출신도 방통대서 다시 공부"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기대수명 늘어...한번 공부한 것으로 살기 힘들어져

박사과정 도입 등 평생교육 보장 '방통대법' 제정을

4차산업혁명 발맞춰 융합전공 신설...AI시험도 추진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 방통대 총장실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통대




“과거에는 학비 부담으로 대학을 못 갔던 사람들이 주로 입학했다면 이제는 국내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줄줄이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박사 과정까지 신설되면 더 많은 사람에게 교육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통대 총장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 내내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대수명이 100세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제 한번 공부한 것으로 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1학기 기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를 졸업하고 방통대에 2·3학년으로 편입한 학생은 918명이다. 올해 1학기 신·편입생 전체 3만3,642명 중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 온 편입생은 1만9,625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류 총장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방통대법’을 제정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평생교육을 보장하고 장려해야 한다”며 “방통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박사 과정이 도입되고 교수 정원도 늘어나 교육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대는 지난 1972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원격대학으로 고등학생, 대학 졸업 뒤 평생교육을 희망한 사람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대통령령에 근거해 운영되다 보니 교수 정원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다. 현재 교수는 158명으로 학생 약 700명당 교수 한 명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학생 500명당 교수 한 명으로 입법화돼 있다.

법으로 평생교육의 근거를 제도화하기 위해 류 총장은 수차례 국회도 방문했다. 총장실에는 정당별로 몇 명의 국회의원이 법안 발의에 찬성하는지 집계해놓은 상황판도 걸어놓았다. 류 총장은 “졸업생 중에는 방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학위를 다른 대학에서 취득해 학비를 절감한 사람도 있다”며 “박사 과정이 도입되면 방통대에서 석·박사를 모두 마칠 수 있어 학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행보는 방통대 출신의 첫 총장으로서 그만큼 방통대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 총장은 고교 검정고시를 거쳐 뒤늦게 방통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방통대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쌀 품종 9개를 개발했다. 류 총장이 방통대 교육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방통대가 없었다면 내 인생에서 희망의 사다리를 놓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골을 넣을 수 있다. 그게 방통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 탈북자 등의 재학생들이 학비 걱정 없이 대학에 진학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방통대에는 다문화 학생 600여명과 북한이탈주민 10여명이 재학 중이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무료로 기초학습을 가르쳐주는 ‘프라임칼리지’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통·번역 업무에 취업할 수 있도록 기업을 소개하거나 연계 해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학제 및 학과 운영 개편도 진행하고 있다. 류 총장은 “방통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융합 전공 등을 이르면 내년에 신설할 계획”이라며 “시험도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문제은행 방식으로 개편해 시험 기간 내 편한 시간에 학교를 방문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바꾸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라며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우리 사회가 더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약력

△1956년 충남 논산 △1977년 충남 천안시청 9급 공무원 △1979년 충남 금릉군청 7급 공무원 △1985년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졸업 △1993년 충남대 대학원 석·박사 △1999년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교수 △2018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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