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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물이악소이위지, 물이선소이불위(勿以惡小而爲之, 勿以善小而不爲)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사소한 질환 얕보다가 중병 되듯

체육계 '미투'도 관리 소홀의 참사

작든 크든 나쁜 일 경시하지 말고

확산·재발 않도록 대책 마련해야





가벼운 감기든 무거운 암이든 병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아니라면 병은 당시 일상적인 생활이며 일하던 방식이며 스트레스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 몸은 처음에 이런 요인에 대해 이겨낼 수 있지만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프게 된다.

사람은 일단 병에 걸리면 빨리 낫고 싶다. 병을 뜻하는 한자 질(疾)에는 빨리라는 뜻도 있다. 병에서 낫는 것이 ‘빨리’라는 의미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병에 걸리면 하루가 아니라 한시라도 툴툴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모양이다. 일상적인 행동이 불편하면 할수록 더더욱 빨리 나았으면 하면서 바란다. 흔히 감기에 걸려 약 먹으면 1주일에 낫고 좀 쉬면서 조리를 하면 7일에 낫는다고 한다.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사람은 빨리 낫고 싶다는 욕망에 왜 병에 걸렸는지 생각하기도 전에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려고 한다.

이렇게 빨리 낫는다고 해서 다음에 또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발병의 요인을 고치지 않으니 그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개인마다 생활방식·작업방식·스트레스 등 병을 일으키는 요인을 살피지 않으면 언제라도 발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보면 감기 등 가벼운 병을 앓을 때부터 빨리 낫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하는 것만큼이나 발병의 원인을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재발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문화계를 비롯해 미투(me too) 열풍이 불었고 최근 체육계에서 체벌과 함께 미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체벌과 미투 현상이 사회적으로 호응을 얻으면서 피해자들은 여전히 힘겹지만 이전처럼 숨지 않고 용기를 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체육계의 체벌이나 사회 여러 곳의 미투 현상도 최근에서야 처음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체육계의 일은 국가대표를 상대로 일어났다는 점에서도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온 국민이 국가대표가 세계대회에 나가 거두는 성적에 열광해 환호를 보냈는데 그 성적이 물리적 폭력이 상습적으로 일어나서 거둔 결과다. 이 사실을 알고서 지난날을 돌아보면 화려한 성적 뒤에 고통스러워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이러한 사실을 잘 관리·감독하지 못한 기관이나 보도하지 못한 언론만이 아니라 환호할 줄 알지만 보호할 줄 모르는 국민으로서 참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체벌과 미투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긍·부정적인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갖고 좋은 일에는 에너지를 북돋우고 나쁜 일에는 해결책을 찾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명심보감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한자로 사람과 슬기롭게 어울려 지내는 지혜를 전하고 있다. 한나라 소열제가 죽음에 임박해 후계자에게 당부한 말이 있다. “나쁜 일이 사소하다고 해서는 안 되고 좋은 일이 사소하다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물이악소이위지·勿以惡小而爲之, 물이선소이불위·勿以善小而不爲).”

세태가 작은 것보다는 큰일에 시선이 쏠린다. 워낙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까 더 크고 자극적인 일 쪽으로 시민들의 눈길이 간다. 그렇지 않으면 도움을 요청해도 귀찮아한다. 처음부터 갑자기 큰 병이 나지 않고 작은 병이 점점 커져 큰 병이 나게 된다. 작은 병이라고 얕잡아보지 않고 잘 관리하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가 있다. 이에 동의한다면 나쁜 일과 좋은 일도 작은 것에 주의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나쁜 일은 작은 데에서 시작해서 큰일로 번진다. 개인적으로 사소하다 하더라도 나쁜 일을 벌이지 않아야 하고 사회적으로 나쁜 일의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좋은 일은 사진 찍고 주위 사람들 앞에서 폼 나는 일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데도 주위의 관심이 미치지 않아 고통을 삼켜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서부터 관심을 가져 큰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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