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가 ‘내가 잠들 때 옆에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할 정도로 야근이 많은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육아를 남의 손에 맡긴 기간이 제법 길었죠. 그렇게 ‘육아 아웃소싱’을 하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모두 모아 저 같은 워킹맘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사업 마인드보다는 사회문제를 고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인데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생님을 원하는 부모님들이 많아서 빠른 시간에 ‘자란다’가 충실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장서정(41·사진) 대표는 보육과 교육이 동시에 필요한 부모들의 니즈를 적절하게 파고든 아이돌봄 및 교육 매칭 플랫폼 자란다를 창업한 이유를 이렇게 회상했다. 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자란다는 별도로 선별한 대학생 선생님을 돌봄과 교육이 동시에 필요한 3~13세 아이들과 연결해 주는 맞춤형 서비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장 대표는 빠르면 새벽 2시, 늦으면 새벽 4시 깜깜한 밤하늘 아래 퇴근하는 대기업의 워킹맘이었다. 두 아이를 친정 어머니와 시터에게 맡겨왔던 그는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삶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게 된다. 그것은 바로 휴직 중에 그에게 들어온 ‘재택 근무 가능한 스타트업 회사의 사업전략 업무’였다. ‘워라밸’ 만큼은 챙길 수 있다 믿었기에 그 요청을 수락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해야 했고 아이에게도 회사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온전한 ‘전업 엄마’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길도 답이 아니었다. 사표를 던진 후 3개월이 지나자 “자존감을 바닥을 쳤다”던 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계속되는 질문에 ‘다음 세대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답을 떠올리고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시 일터로 나섰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시터를 거쳐오면서 저와 교육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 제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것이 아쉬웠어요. 아이의 사회적 감수성이나 젠더 이슈에 대한 생각 등등이 저와 정반대인 누군가가 제 아이를 키우는 중책을 맞기는 것이 맞나 싶었죠.” 장 대표가 느꼈던 점은 아이를 오롯이 엄마가 맡아 키우지 않는 가정이라면 흔히 느꼈을 고민거리다. 개인이 면접을 보고 고를 수 있는 시터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데다 기존 구인업체가 보유한 인력 풀이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한 도우미 경력자에 한정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 대표는 자란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선별’에 방점을 찍고 보육과 교육이 분리된 기존의 시터 시장과 다른 솔루션을 내놓고자 했다.
그가 회사에 다닐 때 우연히 면접을 통해 채용했던 대학생 시터의 기억을 살려 사업모델을 구체화했다. 당시 부산 출신의 한 대학생이 “동생 7명을 돌봐준 경험이 있다”며 면접에 지원했고 어리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살펴줄 수 있는 마음에 반해 장 대표는 그를 채용했다. 그 대학생 시터와 1년 넘게 이어진 인연이 현재 자란다 모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초기 멤버로 참여했던 서울교육대학교의 학생들도 상당한 힘이 되었다. 장 대표가 개인적으로 알았던 유치원 선생님이나 서울교대 학생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선생님 풀을 구성했다. “동네 엄마인 지인들에게 추천해도 좋은 선생님들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한 분씩 면접을 보며 신청 가정하고 연결했다”고 설명한 장 대표는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나자 거래액이 1,000만원 가까이로 커졌다”고 말했다.
거래액 1,000만원이 되자 장 대표는 본격적인 창업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지,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소소한 일거리로 남아있을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는 “빠른 시간에 1,000만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강남 지역에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선보인 째깍악어나 맘시터 등하고 비교해 우리 서비스가 차별화 되는 점이 있다는 점에서 승부해도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액셀러레이터 소풍의 투자프로그램 3기 기업으로 선발됐고, 지난 2018년 4월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매월 진행하는 데모데이 ‘디데이’의 지난 4월 우승팀으로도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매출 역시 2018년 기준 월 1억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그렇다면 자란다에서 선생님과 아이를 매칭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체계화된 지표를 통해 아이와 대면하는 선생님의 기질을 살핀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심리 전문기관과 함께 만든 자율성과 이타심, 인내력, 도전, 위험 감수 정도의 5가지 지표가 반영된 평가지를 통해 객관적으로 선생님 지원자를 살핀다는 것. 정 대표는 “이 지표는 어떤 어떤 선생님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아이의 성격과 가장 잘 맞는 선생님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며 “서면 평가 이후에 면대면 면접 등으로 더욱 섬세하게 부모의 니즈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의 경험이 데이터로 쌓일수록 아이와 선생님의 찰떡 궁합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힘이 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자란다는 매칭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선생님을 찾는 부모를 대상으로도 아이 기질에 대한 설문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이가 활동적인가’라고 단순히 묻기보다 일상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아이의 주요 특성을 답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겨울방학 돌봄 패키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부모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글이나 영어를 처음 배우는 유아(4-7세)를 위한 프로그램부터 방학숙제도 하면서 체육 활동이나 놀이를 한번에 할 수 있는 초등생(8-13세) 프로그램까지, 연령과 필요에 따라 8~40시간 내에서 고를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다. 장 대표는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교육적인 돌봄도 원하는 것, 또 한번 연결로 끝나지 않고 끝까지 관리한다는 연속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며 “특히 우리나라 조기교육은 관심을 끌어주기 전에 잘하게 만들려고 하는 만큼, 아이 기질에 맞춰 흥미를 끌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