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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불신이 사회 효율·혁신 막는다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119>거짓을 가중 징벌하라

개방·공유 초연결이 경쟁력인데

신뢰성 부족에 협력 부진하고

실패 가리는 거짓, 혁신 장애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은 신뢰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평판으로 전환되는 초연결사회의 적은 신뢰를 손상시키는 거짓이다. 댓글 조작이 개방 사회를 좀먹는 암적인 행위로 인지되는 이유다. 불투명한 일회성 경쟁에서는 거짓이 승리의 수단이나 반대로 투명한 반복 경쟁에서는 신뢰가 승리의 수단이 된다. 개방되고 투명하고 반복되는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 신뢰가 돼야 하는 절대적 이유일 것이다.

서구에서는 ‘당신은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당신은 나쁜 놈’이라는 말보다 더 큰 모욕이다. 지난 1972년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처음에는 단순절도미수 사건으로 인지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선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이후 닉슨 대통령의 거짓말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사임으로 귀결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도청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거짓말이라는 과정이 미국 하원에서 탄핵 결의안을 통과시킨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행위는 한 번에 불과하나 거짓은 반복되는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잘못을 알리면 고칠 수 있으나 숨기면 고칠 수 없기에 실패보다 거짓이 더 나쁘다는 대원칙이 일류 국가의 문화로 정립됐다. 잘못을 거짓으로 덮으려 한 경우에 가중 징벌을 부과하는 각종 제도가 도입된 이유다. 소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다. 예를 들어 알고도 특허 침해를 한 경우에는 모르고 침해한 경우에 비해 3배의 징벌적 배상을 부과한다. 결과보다 의도가 2배 더 나쁘다는 의미다. 참고로 한국도 오랜 논쟁 끝에 뒤늦게 오는 6월에야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잘못이 드러나면 일단 부인하고 본다. 거짓에 대한 가중 징벌이 없기에 ‘아니면 말고’다.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증폭돼왔다. 일반 직장인들도 잘못을 드러내기보다 우선 숨기고 본다. 숨겼던 선배들이 얻는 기대 이익이 솔직함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패를 통한 학습 기회를 상실해 혁신으로 가는 길이 봉쇄돼버렸다. 4차 산업혁명에서 과정이 결과보다 훨씬 중요하기에 신뢰를 손상시키는 여하한 행위에 대해 사회는 엄벌주의로 가야 한다. 결과지향 사회에서 과정지향의 사회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주는 명제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한 마디로 신뢰 부족의 문제다. 신뢰 부족으로 협력 플랫폼이 구축되기 어렵고 4차 산업혁명의 바로미터인 클라우드 활용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4차 산업혁명의 경쟁은 개인과 개별 기업의 수준을 넘어 조직 간 개방과 공유의 초연결 구조에 달려 있는데 우리는 신뢰 부족으로 협력이 극도로 부진한 실정이다.

신뢰는 거짓에 대한 가중 징벌로 축적된다. 인간은 미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거짓이 이익이면 거짓을, 진실이 이익이면 진실을 선택하게 된다. 잘못을 징벌하는 것은 하나의 결과를 고치나 거짓을 징벌하는 것은 여럿을 만들 과정을 개선한다. 결론적으로 이제 거짓에 대해 이 사회가 단호히 가중 징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할 때라는 것이다.

요즘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보자. 해외 순방 시 가이드 폭행, 방송사 대표의 교통사고, 댓글 조작, 정치자금 부당 수수 등 모든 경우에 당사자는 일단 부인하고 본다. 이후 거짓으로 드러난다 해도 추가적인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거짓이라는 개인의 합리적 행동은 사회 전체를 불합리하게 퇴보시킨다. 사회적 추적성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우선 거짓을 비판하고 재판 과정에서 거짓에 대한 가중 징벌이 이뤄져야 한다.

신뢰 사회는 불필요한 거래 비용을 제거해 사회 전체의 효율과 혁신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로마가 그러하듯 신뢰 사회는 하루아침에 이룩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행동해야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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