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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1949년 장제스가 승리했다면

최수문 베이징 특파원

  • 최수문 기자
  • 2019-02-07 17:20:06
  •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1949년 장제스가 승리했다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춘제를 앞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모든 중화권 사람들이 대만처럼 자유와 민주의 축복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으로부터 통일 압박에 시달리는 차이 총통이 중국의 민주주의 결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듯하다.

지난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중국 본토를 장악하면서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에 의해 세워진 나라가 대만(중화민국)이다. 그런데 만약 당시 공산당이 아니라 국민당이 승리했다면 2019년 지금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한번 해 보는 것은 우리가 취할 자세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정식명칭이 중화인민공화국인 중국은 지난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데 이어 올해는 신중국 성립 7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이미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의 성장에 대해 정치 체제는 마음에 안 들어도 경제는 성공했다고 공산당을 평가하는 쪽도 있다.

만약 장제스의 국민당이 승리해 1949년 중화민국이 중국을 통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국민당과 공산당의 승부가 동전 던지기 같은 우연으로 결판 난 것은 아니다. 당시 국민당은 독재와 부정부패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중국에서의 대표성을 상실했고, 공산당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공산당은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농민·노동자, 지식인, 기업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70년이 지났다. 중국은 다시 강해졌고 공산당은 이를 자신들의 장기집권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당시 국민당이 승리했더라도 더 나쁘지는 않았을 듯하다. 정치는 확실히 민주화됐을 것이다. 국민당을 창당한 쑨원은 통치방식을 ‘군정’ ‘훈정’ ‘헌정’의 3단계로 나눴다. 군정은 군대의 힘으로 통치하는 것으로 이른바 계엄상황이다. 훈정은 일당독재, 헌정은 보편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각각 의미한다. 쑨원은 당시 중국인들의 민도가 낮아 국민당 지도 아래 군정·훈정을 거치고 이후 헌정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쑨원의 후계자인 장제스는 중일전쟁이 끝나고 1947년 헌정을 위한 ‘중화민국 헌법’을 제정한다. 하지만 곧 국공내전이 벌어졌고, 승리한 공산당의 주도로 중국은 아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쑨원의 논리에 따르면 중국은 여전히 ‘훈정’ 중이다. 공산당 일당독재 아래에 있다는 말이다. 대만과는 달리 중국 본토에서 헌정이 시작될 가능성은 현재 거의 제로다.

경제면에서도 그렇다. 내전이 끝난 1949년의 중국은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한반도보다 더 나았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산업은 보존됐고 기술인력도 훨씬 많았다. 다만 한국이 1960~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한데 비해 중국은 그 시간을 계급투쟁으로 낭비했다. 1978년에서야 ‘개혁개방’이라는 이름으로 경제개발에 나섰고 이후 40년이 흘렀다. 거대한 인구 때문에 중국 경제규모가 한국보다 크지만 질적인 면에서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 3만달러인데 반해 중국은 여전히 1만달러다.

즉 만약에 국민당이 승리했다면 중국 경제에 재앙이 된 대약진운동이나 문화혁명의 ‘역사’는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이승만·박정희와 유사한 장제스가 독재를 하면서도 어쨌든 성장을 이뤄냈을 테고 경제는 질과 양 측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좋아져 있지 않았을까.

중국 개혁개방 40년의 평가절하는 아니다. 다만 중국이 외치는 ‘중국몽’이니 ‘중화부흥’이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유가 딴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 체제 아래였다면 중국의 경제는 이미 한국을 압도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말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국에 자극받아 영토와 인구는 작지만 그래도 강한 나라 ‘강소국’으로 적응했을까. 중국을 이웃으로 둔 한국은 늘 긴장하고 노력해야 한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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