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회사 내규에 따름’ ‘근무조건 협의 후 결정’.
지난해 주요 취업포털에 올라온 민간기업의 채용광고 사례다. 이처럼 기업이 채용광고를 내면서 임금과 근로시간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밝히지 않아 구직자들의 불만이 높은 가운데 정부가 올 하반기부터 근로조건 공개 의무화를 본격 추진한다. 다만 일부 기업은 “임금은 내부 정보”라며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달 초 ‘채용절차법 개정을 위한 법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고용부는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채용서류 반환 등 채용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채용광고 시 임금 및 근로조건 구체화, 채용비리 예방·처벌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포함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오는 6월까지 연구결과가 나오면 올 하반기에 정부입법 등 법률 개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연구용역 공고를 보면 고용부는 △채용광고 시 근로조건 공개의무 신설 △직무와 무관한 정보의 요구금지 신설 △(민간 기업의) 채용비리 행위 금지 신설 △채용서류 파기규정 보완을 주요 법률 개정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채용비리 역시 고용부가 조사 권한을 갖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 부문을 제외한 민간 업체의 채용비리는 구체적인 법적 개념이 없이 수사기관에서 부정한 청탁에 따른 배임수재 같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왔다”며 “이번 법 개정은 채용비리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예방·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거짓 채용광고 금지 조항(4조)과 채용 여부 고지 의무(10조), 구직자 요구 시 채용서류 반환 의무(11조)를 규정한다. 하지만 임금·근로조건 공개나 채용비리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고용부에 구직자의 선택권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를 권고했었다.
기업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국내 최대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0월 기업 인사담당자 458명을 대상으로 임금조건 의무화 공개 방안에 관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8.1%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 가능)로 “입사 후 임금 불만족에 따른 퇴사자 감소(57.1%)”를 첫 번째로 꼽았다. “합격자와의 임금 협상이 수월해진다(48.4%)” “투명한 채용정보 공개로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된다(34.3%)”는 답변도 많았다.
반면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146곳)은 “높은 임금을 주는 곳에만 지원자가 몰릴 수 있다(54.8%)” “임금은 기업 내부 정보(50%)” 등의 반대 이유를 내놓았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근로조건 공개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라며 “신입·경력직 채용에 따라 근로조건 공개 찬성·반대 입장이 달라지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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