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할 2·27 전당대회의 최대 화두는 ‘박근혜’가 됐다. 주요 당권 주자들이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고, 그와의 정치적 인연을 강조하는 등 언급하고 있어서다.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당권 주자들의 ‘성지순례’ 코스다. 2년 전 탄핵으로 정치적 빈사 상태에 놓인 박 전 대통령이 ‘마케팅’을 위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마케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홍준표 전 대표다. 홍 전 대표는 지난 3일과 4일 연달아 페이스북 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지난 6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와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을 펼치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오히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 전 시장은 7일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박 전 대통령을 버리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치인 박근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비박(비박근혜)계 유일·선두 주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박근혜’라는 이름을 9번 언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한국당에서 금기되다시피 하던 ‘박근혜’나 ‘탄핵’이 다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박근혜 마케팅’ 이상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내 세력이 크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당장 2017년 7·3 전당대회 당시 16만여 명이었던 책임당원은 현재 34만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당 대표 선거에서 표의 70%를 차지하는 책임당원 선거를 고려하면, 책임당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높으므로 ‘콘크리트 지지층’을 잡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홍 전 대표가 2017년 당대표 시절 ‘박근혜 제명’ 조치로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키며 당과의 연결고리를 끊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전대에서는 박근혜 석방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런 당내 여론 지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정권의 법무장관과 총리를 역임한 데 이어 탄핵국면에선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이력으로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황 전 총리는 그동안 전대 레이스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크게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는 8∼9일 TK 지역을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 등 ‘박근혜 표심’을 붙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전대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재등장한 것을 놓고 한국당이 ‘국정농단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던 한국당이 “국민들의 마음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탄핵도 국민의 뜻이고 용서도 국민의 뜻”(홍준표), “박근혜를 극복해야 한다”(오세훈) 등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오 전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 후 경북 의성으로 이동해 핵심당원 간담회를 갖고 이후엔 안동문화대에서 ‘대한민국,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 전 시장은 ‘박근혜 극복’을 강조한 출마선언에 이어 첫 방문지로 TK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장기 수감된 상황을 가슴 아파하는 정서가 TK 지역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시 가는 것”이라며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 내년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개혁보수의 입장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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