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주년을 맞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는 당 정체성에 관한 내부 이견이 그대로 표출됐다. 창당 때부터 바른미래당을 옥죄어 온 ‘개혁적 보수냐 합리적 진보냐’의 논쟁이 다시금 수면 위에 오른 것이다.
8일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린 연찬회에는 해외 출장 중인 이혜훈·신용현·이동섭 의원과 사실상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을 제외한 22명이 참여해 당의 정체성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특히 대표직을 사임한 후 줄곧 잠행을 이어온 유승민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며 관심을 모았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가 진보·보수·개혁·중도 같은 이념에 얽매이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나 자신을 버리고 나아가는 진정한 토론의 길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를 위해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당 정체성 논란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곧이어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 손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당의 노선을 두고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유 전 대표는 첫 토론자로서 “지금이라도 바른미래당이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임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있을 보수 재건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그런 애매한 입장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며 “바른미래당이 진보정당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유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 옛 국민의당 출신 중진 의원들은 “이념 논쟁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문제도 회의 의제로 올랐다. 유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내지는 합당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은 개혁적 보수·합리적 중도 정당이다. 민주평화당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반면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은 당의 세 확장을 위해 민주평화당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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