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구 등 부산 4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지 40여 일이 넘었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약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부 규제에 억눌려 수요자들의 심리가 크게 얼어붙은 데다, 공급물량 압박이 커 회복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부산진구, 남구, 연제구, 기장군 일광신도시 등 4개 지역이 지난해 12월 28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이에 분양권 전매 금지 기간도 ‘분양 이후부터 입주 시점’에서 ‘분양 후 6개월(민간택지)’로 크게 줄었고 대출 규제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반등의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하락했다. 부산 아파트가격은 2017년 9월 18일 이후 한주도 빠짐없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2월 첫째주 하락폭은 전주(-0.12%)에 비해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이는 설 연휴 영향으로 거래가 더욱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규제 해제 이후 매주 0.07%~ 0.12% 하락했으며 이는 규제가 풀리기 전인 11~12월의 변동률(-0.10~-0.07%)과 비교한 수준이다. 아직 규제가 적용되는 해운대(-0.24%), 수영구(-0.03%), 동래구(-0.02%) 등 뿐만 아니라 부산진(-0.08%), 남구(-0.06%), 기장군(-0.02%) 등 규제 해제지역 역시 하락세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다만 연제구(0.0%)는 하락세를 멈추고 가격에 변동이 없었다.
거래량 역시 미진하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된 올 1월 부산의 거래량(1~31일, 거래일 기준)은 748건으로, 지난 12월 1,437건보다 50% 가량 거래가 감소했다. 실거래 신고기간이 60일인 점을 감안하면 1월 거래량은 더 늘 수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연제구 연산동의 한 중개사는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 살았구나 싶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상황이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초급매 중심으로 극소수의 거래만 이뤄져 시세 하락 폭은 더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연산동의 또 다른 중개사는 “원래 1월이 비수기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처럼 거래가 막혔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그동안의 심리적 위축이 워낙 큰 탓에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남구 대연동의 한 중개사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돼야 거래가 시작되고 시장이 활력을 찾는데 지난 2년 간 규제가 적용되면서 수요자들이 크게 위축됐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했다.
늘어나는 공급량도 시장에 부담 요소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114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1만4,927가구 수준이었던 부산의 입주물량은 올해 2만 5,726가구까지 늘어난다. 내년 입주물량도 2만 3,519가구로 적지 않은 수준의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업계에서는 해운대구 등 나머지 지역에도 하루 빨리 규제 해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해운대·수영·동래구지회는 해당 지역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당분간 시장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의 ‘2019년 부산지역 주택가격 전망 설문조사’에는 조사 대상자 중 34.4%가 올해 주택가격이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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