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은행 계좌로 자금을 대거 옮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돈줄 죄기’로 벼랑 끝에 몰린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과 대치 중인 러시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소식통과 내부 문서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가 최근 러시아계 은행인 ‘가스프롬방크 AO’에 계좌를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PDVSA는 몇 주 전부터 원유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고객사들에 결제대금을 가스프롬방크 계좌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페르난도 데칸탈 PDVSA 부회장도 전날 합작투자사 감독 부처에 보낸 서신에서 이러한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마두로 정권이 사실상 미국의 제재를 회피할 우회로로 러시아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는 미국 등 서방권 국가에 맞서 마두로 정권을 옹호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PDVSA는 지난 2017년 경제제재 때도 베네수엘라의 우방으로 꼽히는 중국에 계좌를 열어 자금을 옮긴 적이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이 베네수엘라 정권 인사들의 추가 제재를 고려하는 등 마두로 정부에 대한 각국의 압박이 확산되자 PDVSA는 서방 합작기업들을 공격하며 미국의 제재에 맞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PDVSA가 외국 합작투자 파트너 업체들에 베네수엘라 유전지대인 ‘오리노코 벨트’에서 석유 생산 활동을 지속할지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파트너사들로는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에퀴노르 ASA’, 미국에 본사를 둔 ‘셰브런’, 프랑스계 ‘토탈 SA’ 등이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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