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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판타지 거장…그녀의 마지막 선물

르 귄 에세이 '남겨둘 시간…' 출간





“이 나이가 되면 인생에서 늘어나는 부분은 고작해야 신체를 유지 보수하는 성가신 일뿐이다. 그런데도 내 삶에서 시간을, 아니 비슷한 시간은커녕 ‘할 일이 없는 시간’이란 찾아낼 수가 없다. 내게는 남겨둘 시간이 없다.”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의 거장이자 지난해 타개한 어슐러 K. 르 귄의 생애 마지막 에세이 선집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가 출간됐다. 르 귄은 방탄소년단(BTS)의 ‘봄날’의 뮤직비디오가 그의 작품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모티브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커다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르 귄이 2010년부터 5년 간 블로그를 통해 노년, 문학, 페미니즘, 정치, 사회 갈등 등 폭넓은 주제로 남긴 글을 엮었다. 책은 “노인에게 시간은 덤이어서 알차게 써도 그만 그렇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것은 편견”이며, 시시각각 새롭고 젊은 시절의 시간만큼이나 팔팔 뛰는 것임을, 황혼기의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문체로 풀어냈다. 여든을 넘긴 노 작가의 혜안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1장 ‘여든을 넘기며’에서는 “나는 정신이 맑고 마음이 깨끗한 90대들을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젊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끈기 있고 명료한 정신으로 자신이 얼마나 늙었는지 잘 파악했다”며 노작가로서 늙음에 대한 고뇌를 담아내는 한편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하여 항변했다. 2장 ‘문학산업’에서는 욕설을 남용하는 최근 문학 작품들의 경향, 정치적 고려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문학상들, 게임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의 글쓰기 등에 대한 우려를 보내며 현대 문학 산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3장 ‘이해하려 애쓰기‘에서는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작가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냈는데, ‘남자들의 단합, 여자들의 연대’와 ‘분노에 관하여’에서는는 20세기 후반의 페미니즘을 돌아보면서, 세계적인 미투 운동에 지혜를 줬다. 또 ‘온통 거짓’과 ‘필사적인 비유에의 집착’에서는 거짓을 일삼는 정치인과 성장만을 고집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꼬집기도 했다.

르 귄은 각 장의 마지막에는 그의 마지막 반려묘인 파드를 입양한 과정부터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고양이와 사람, 나아가 인류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통찰을 선사한다. “인간과 개는 삼만 년에 걸쳐 서로 성격을 맞추어 왔다. 인간과 고양이가 함께 맞추어 온 기간은 그에 비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우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아마 그래서 우리의 관계가 이처럼 흥미로운가 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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