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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교 후 2,171일 만에…단원고 250명 '눈물의 명예졸업식'

희생자 250명 이름 호명…아들 교복 입고 참석한 엄마도

전명선 前 가족협의회 위원장 “참사 없었다면 대학 졸업반일 아이들”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명예 졸업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학년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 졸업식이 12일 오전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서 열렸다. 강당에는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붙은 파란색 의자가 반별로 놓여 있었고, 그 자리를 학생들 대신 그들의 부모가 채웠다. 사고 당시 2학년이던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묵념을 가진 후 양동영 단원고 교장은 “학생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학생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5년 전 하늘로 떠나간 아들, 딸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강당엔 부모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번져갔다. 7반 찬호 학생의 아빠이자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인 전명선 씨는 회고사에서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대학 졸업반이 되었을 아들딸이었다. 학생복 입고 친구들과 함께 자리했어야 할 졸업식장에 엄마, 아빠들이 공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희생 학생들의 후배인 10회 졸업생 이희운 씨는 미리 준비한 ‘졸업생의 편지’를 낭독했다. 이 씨는 “(학교에서 후배들에게) 미소지으며 다가와 준 선배들에게 감사했다. 감사했다고 보고싶었다고 묵혀둔 감정을 이제야 꺼낸다”며 낭독 내내 울먹였다. 그는 “그리운 마음은 해가 지날수록 커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다”고 선배들의 졸업을 기렸다. 단원고 재학생들도 ‘눈물기도’ 등 합창으로 선배들을 기억했다.

이날 졸업식을 찾아온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부모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으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내내 눈물을 훔치며 명예 졸업식을 지켜보던 터였다. 유 부총리는 “부모님들 뵙고 인사드리겠다 생각하고 왔는데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많은 일 남은 거 알고 있다. 부총리로서,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졸업식이 끝난 뒤 유족들은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노란 보자기에 싸고 학교가 준비한 꽃다발을 든 채 강당을 나서 운동장 옆에 있는 세월호 참사 추모 조형물로 이동했다. 일부 유족은 아쉬운 마음에 강당 앞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서로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기도 했다. 아들의 교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한 7반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구자 씨는 “아들의 냄새를 잊지 못해 지금까지 교복을 한번도 빨지 못했다”며 “아들이 졸업장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며 이 교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개인적인 사유 등으로 일부 유족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일부 학생이 참석해 친구들의 명예 졸업식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업식이 시작하기 앞서 희생 학생 유족 등으로 구성된 4·16세월호가족협의회는 희생 학생들이 2016년 제적 처리됐다가 뒤늦게 학적을 되찾아 명예회복한 일 등을 거론하며 그동안 겪은 아픔을 돌아봤다. 그들은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를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탑승자 304명이 희생한 사건이다. 당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에 올라탄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250명이 희생했다. 대부분 학생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2학년 6반 남현철 군과 박영인 군, 교사 양승진 씨 등 단원고 학생과 교사 3명의 시신은 끝내 수습하지 못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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