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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鄕人皆好不如鄕人之善者好之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善人은 '여론' 아닌 '정론' 따라

큰 목소리 맹신하면 진실 가려져

가짜뉴스·유튜브 범람하는 시대

진영논리 피하고 진위 잘 살펴야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식이 전해진다. 언론이 없던 시절에는 소문이 소식을 퍼뜨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문(所聞)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소문은 글자 그대로 들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서 여럿이 공유하게 된다. 이처럼 듣는 것이 지식의 중요한 근원이다 보니 ‘들을 문(聞)’자가 어떤 사실을 안다는 ‘지(知)’자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대인이 “나는 무엇을 안다”고 말할 때 당시 사람들은 “나는 무엇을 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시절에도 소문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요즘도 널리 쓰이는 삼인성호(三人成虎)와 중구삭금(衆口?金)의 고사가 아주 오래전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삼인성호는 호랑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세 사람이 호랑이가 시장에 나타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실제로 믿게 된다는 말이다. 중구삭금은 여러 사람이 입으로 하나의 말을 하게 되면 쇠까지 녹일 수 있다는 말로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언론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론은 사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기도 하지만 정부 등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같은 사실도 언론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신뢰도가 다르다. 언론에 노출되면 상품은 유명 제품이 되고 사람은 유명인이 된다. 가히 언론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 언론은 진실과 거리가 먼 가짜뉴스라는 말과 잘 호응돼 쓰인다. 이제 언론이 진실의 대명사가 아니라 허위의 근원이 될 수도 있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 자체가 원인 제공을 한 경우도 있지만 언론을 둘러싼 환경이 조성하는 측면도 있다. 언론이 속보와 특종을 욕심내느라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해 오해를 키우기도 하고 언론과 인터넷의 결합으로 시민이 댓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 특정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유튜브를 비롯해 누구든 기자가 돼 주관적 의사를 여과 없이 피력할 수도 있다. 그리해 넓은 의미에서 언론이 제공하는 소식과 보도를 대상으로 사실성을 점검하는 팩트 체크가 필수가 된 시대가 됐다. 언론에 나온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실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문의 시대나 언론의 시대나 소식을 듣는 사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소문과 언론이 전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사실성을 스스로 따지는 능력이 중요하다. 공자도 춘추시대를 살면서 다른 사람이 말하고 믿는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거나 믿지 않고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오늘날 가짜뉴스 문제를 예언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떠도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제자 자공이 “마을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면 그대로 따라야 할까요(향인개호지·鄕人皆好之, 하여·何如)?”라고 묻자 공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마을 사람이 다들 좋아하는 것이 마을 사람 중에 선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다(불여향인지선자호지·不如鄕人之善者好之)”며 대안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마을 사람이 다들 좋아하는 것은 여론의 형태를 띤 진영 논리를 가리키고 마을 사람 중 선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정론을 가리킨다. 공자는 같은 편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믿고 따르면 큰 목소리가 진실을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봤다.

공자가 우려했던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조금도 없다. 사실을 따지지 않고 목소리와 조직의 힘으로 사실을 이기려고 하면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일이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사실을 밝히는 일보다 허위를 사실로 만드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사실 자체보다 허위로 사실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가치 전도의 사회가 된다. 그 결과 진실이 허위가 되고 허위가 진실이 되는 무서운 세상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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