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미루기의 천재들] 영감이 안 떠오를 땐…꾸물거려보세요

■앤드루 산텔라 지음, 어크로스 펴냄





“모든 종은 변화한다.” 찰스 다윈은 1838년 이 같은 결론을 내고 환경은 특정 돌연변이를 선호하고 다른 돌연변이는 절멸시킨다는 이론을 기록으로 정리했다.

다윈은 이러한 도태 과정에 ‘자연선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훗날 세상을 바꾸고 종교적 믿음을 산산조각낼 발견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이론을 논문으로 발표하지도 않고 대중 매체에 글을 싣거나 책을 쓸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뜬금없이 따개비 연구에 강박적으로 오랜 시간 매달린다. 20년이 지난 후인 1859년에서야 이 이론은 ‘종의 기원’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됐다. 후일 다윈은 자신이 처음 그 생각을 떠올리고 책의 형태로 발표할 때까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꾸물거렸는지 스스로도 당혹스럽다고 고백한 바 있다.

다윈만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림 주문을 의뢰받은 지 무려 25년 만에 세기의 명작 ‘암굴의 성모’를 남겼을 정도로 꾸물댔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조지 애컬로프는 무려 8달 동안 자신의 엄청난 이론을 소포로 보내는 일을 망설였고, 미국의 대표적 주택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의뢰받은 주택 설계를 아홉 달이나 미루다가 고객이 오기 직전 두 시간 만에 설계를 완성한 일화로 유명하다.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산텔라가 쓴 ‘미루기의 천재들’은 이처럼 진화론부터 행동경제학까지 ‘미루기’가 낳은 유산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루는 행위는 사실 게으름과 관계가 없다. 현대에 와서 미루는 습관을 나쁜 행동이나 병적 행위로 진단하고 이를 고쳐야 한다는 자기계발서도 쏟아졌지만 오히려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 중 역사에 남을 위대한 성취를 탄생시킨 천재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을 제쳐놓고 오랫동안 미루는 동안에도 우리의 뇌와 정신이 그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게으른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바쁘다”는 것이다. 또 일을 미루는 동안 우울감과 망상 등이 오기도 하지만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을 미루는 사람은 우울하고 망상에 빠져있고 자기 파괴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낙관주의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지금보다 더 적합한 시기가 있을 거라고 늘 믿는다.” 1만3,8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