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당권 주자 세 명이 참가한 가운데 17일 ‘당대표 후보자 인터넷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 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고 2020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들 후보들은 이날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와 보도채널을 통해 90분간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경제·안보 분야 구상과 차기 총선을 위한 외연 확장 방안 등을 놓고 토론했다. 황 후보는 초반 우세를 의식한 듯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며 ‘당내 통합’을 내세웠다. 반면 오 후보는 ‘중도 외연 확장’에, 김 후보는 ‘선명한 우파정당’에 방점을 찍었다.
비박계를 결집해 막판 역전을 노리는 오 후보는 자신만이 중도층의 표를 흡수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황 후보에 대해 문재인 정권 퇴진 투쟁에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각을 세웠고 오 후보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고 공격했다.
황 후보는 “국민과 당원의 바람은 싸우지 말라, 내부 총질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 안에서 힘을 모아 밖에 있는 대상과 싸워 이기는 자유 우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좌파정부가 자유대한민국에 반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한다”며 “누가 당대표가 돼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이 생각해보고 맡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오 후보는 “가장 중요한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올 수 있는 제가 당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이루고, 우파의 가치도 지킬 수 있다”며 “우리를 지지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 따뜻한 보수가 경제를 잘 챙겨주길 바라는 분들의 마음을 데려오는 데 저의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와 김 후보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중도층이 이탈해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아울러 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국민에게 인정받도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는 오 후보의 ‘중도 확장론’을 겨냥해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현 정권은 주사파·사회주의 이념으로 똘똘 뭉쳐 치닫고 있는데 중도와 포용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공격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에서 당대표 후보 중 누구를 제일 부담스러워할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감히 저라고 생각한다”라며 “욕먹기 싫어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하는 보신주의로 갈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또 오 후보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애증이 있다’는 표현은 과한 것이 아니냐고도 공격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고마운 건 지금도 몹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박근혜를 위한 정당이 아니라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당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중 오세훈, 김진태 후보가 외교·안보, 경제 분야를 주제로 황교안 후보를 협공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오 후보는 “황 후보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답변에서 ‘이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총리 퇴임 이후 계속 현안을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오 후보는 또 “나는 삼축 체계는 필요하지만 북핵 공격 앞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했는데, 황 후보는 삼축 체계에 대한 애정만 표현하는 바람에 답답하고 실망스럽다. 질문의 요지를 이해 못 한 듯하다”고 공격했다.
유튜브 생중계로 당대표 경선 토론회는 이번이 정당 사상 처음이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위상이 높아진 ‘유튜브 정치’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튜브 실시간 시청자는 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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