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엑스코에서 18일 열린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보수의 성지’라는 별칭답게 한국당 당원 및 지지자들의 열띤 함성 속에서 개최됐다. 한국당의 표밭이기도 한 대구·경북(TK) 지역은 한국당 책임당원의 30%가 몰려 있는 만큼 이번 전대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에 당권 주자인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는 각각 ‘반문(反文)’ ‘탈박(脫朴·탈박근혜)’ ‘투쟁’을 강조하며 TK 표심에 열렬한 구애작전을 펼쳤다.
황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끝내겠다”며 ‘반문 투쟁’을 약속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저 황교안이 흔들리는 대한민국과 위기의 대구·경북을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TK 지역 예산 삭감을 언급하며 현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는 “대구·경북 예산만 깎였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반토막이 났으며 울진·신한울 원전도 대통령 한마디에 올스톱됐다”며 “울진과 우리 경북에 들어갈 돈 몇 천억원을 빼앗아 갔다. 이 정권 이대로 놓아둘 수 있겠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황 후보는 이날 오전 합동연설회에 앞서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해 바닥 민심 훑기에 나서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큰 지역 민심을 고려해 최근 있었던 ‘배박(背朴·박근혜를 배신했다)’ 논란을 만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 후보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탈박’이 절실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가깝다고 하면 국민들께서 표를 주느냐. 이미 일각에서는 ‘친박신당’ 말이 나온다. 우리는 여전히 친박 논쟁에 머물러 있다”면서 “수도권 선거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오 후보는 앞선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에서도 “내년 총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화두가 되면 필패”라며 ‘탈박’을 강조했지만 이번 연설회에서는 TK 여론을 의식한 듯 ‘총선에서 승리해야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수위를 소폭 조정했다.
대구 사투리로 인사말을 건네며 운을 뗀 김 후보는 “제대로 싸워보겠다”며 투쟁력을 과시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가 누구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왜 저 김진태를 그렇게 끌어내리려 하겠느냐”고 물으며 “좌파정권의 생리를 가장 잘 알기 때문이고 제가 꼭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세대교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태극기부대’가 몰려들어 소란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5·18 망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욕설을 하고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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