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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프라다는 '인종차별'을 입는다? 뻔뻔한 명품의 두얼굴

프라다·구찌·D&G 등 명품패션 업체들 최근 인종차별 논란 잇따라

'까만 얼굴·빨간 입술' 블랙페이스 연상하는 상품 출시 등에 '뭇매'

"실수"라는 변명에도 백인이 美 기준·노이즈마케팅 등이 근본원인

불매 운동에다 최대 소비처인 중국 등에 패션계도 일부 변화 조짐

‘프라다’, ‘구찌’, ‘돌체 앤 가바나(D&G)’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글로벌 명품 브랜드라는 것. 또 하나는 최근 인종 차별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는 점이죠.

구찌가 2018F/W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발라클라바(balaclava·얼굴만 나오는 방한용 모자) 넥스웨터 모습/다이어트 프라다 인스타그램




이것은 최근 구찌가 내놓은 스웨터인데요. 검은색 터틀넥 윗부분이 얼굴 반을 덮고 입 모양을 따라 절개된 부분의 테두리는 붉은색이죠.

프라다가 지난해 12월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출시한 ‘프라다말리아’열쇠고리/프라다 공식 홈페이지


이것은 지난해 프라다가 내놓은 액세서리입니다.

이 둘은 흑인을 희화화한 무대분장인 ‘블랙 페이스(Black Face)’ 콘셉트를 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논란이 되자 사과 후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잊혀질만하면 등장하는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인종차별 논란.

패션계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아름다움은 원래 주관적이며 상대적이기 때문에 다양성의 가치가 살아 있어야 하는데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체 왜 패션업계에서 더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까만 얼굴에 두툼한 빨간 입술’ 블랙 페이스‘의 탄생

블랙 페이스(Black Face)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백인 코미디 배우들이 흑인 차별을 담은 콩트 연기를 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1900년 미국 코미디언 빌리 밴의 ‘민스트럴 쇼’ 공연 포스터/위키피디아


당시 인기를 끌었던 민스트럴 쇼(minstrel show)에 주로 등장했죠.



백인 배우가 얼굴을 검게 칠하고선 과장된 춤과 노래를 통해 흑인은 지저분하고 지능이 낮으며 도둑질을 한다는 등의 고정관념을 퍼뜨렸습니다. 지금까지도 인종차별의 상징 중 하나로 남아있죠. 심지어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블랙 페이스 분장을 했다가 역풍을 맞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죠.

때로는 은어나 반어적 표현으로 흑인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글로벌 SPA브랜드 H&M에서 흑인 어린이 모델에게 “정글에서 가장 쿨한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혀 논란이 됐습니다.

원숭이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흑인비하 용어로 사용돼왔기 때문이죠.



또 미국과 캐나다는 인종차별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매년 2월을 흑인 역사의 달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아디다스가 이를 기념한답시고 새하얀 면으로 만든 운동화를 출시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흑인과 대비되는 색인 흰색에다 주요 소재로 면, 즉 목화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목화는 남북전쟁 이전에 흑인 노예들이 재배한 것으로 흑인을 비하할 때 종종 활용되는 단어입니다.

△흑인에 이어 동양인까지…확산되는 패션계의 인종차별

패션계의 인종차별 대상은 흑인뿐만이 아닙니다.



돌체앤가바나(D&G)의 2016년 화보 광고를 보면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 가운데 동양인만 맨손으로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하이 패션쇼 홍보 광고에서는 중국인 모델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당연히 ‘동양인 비하’라는 비판이 쏟아졌죠.





분개한 중국인들은 대규모 불매·퇴출운동을 벌였죠. D&G는 중국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상하이 패션쇼를 취소하고 창업자인 돌체와 가바나가 직접 사과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인종차별 논란이 생길 때마다 패션업계는 ’뜻하지 않은 실수’라고 변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 몇 가지를 지적합니다.

△반복되는 패션계 인종차별…대체 그 이유는

먼저 미의 기준이 ‘백인’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유색인종에 대해 색안경을 끼게 된다는 것이죠.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의 표준이 백인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백인의 피부 색깔·생김새·체형 등이 아름다움의 정답같은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다. 따라서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들의 모습들은 오답이 돼버린다”며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이어 하 평론가는 “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미의 관점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대중에게 무의식적으로 박히다 보니까 서구권뿐만 아니라 동양권까지도 백인을 우러러보고 우리 스스로를 좀 비하하는 모습들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비판합니다.



또 유명 패션업체들이 인종차별 논란이 발생할 지 알면서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다시 말해 “우리 회사 명품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퍼뜨려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것이죠.

연세대 의류환경학 A 교수는 “옷은 전통적으로 권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과거에는 계급별로 의복도 달랐다”며 “지위에 맞게 갖춰 입는 것이 부와 권력의 상징이다 보니 지금까지도 패션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드러내려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가인 명품에 더욱 ‘일반인과는 다르다’라는 차별적 메시지가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유독 명품업계에서 차별적인 요소가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패션업계를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의 경영진이 대부분 백인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도 한몫 합니다.



2017년 헤드헌팅 기업 스펜서 스튜어트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위 200개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임원 중 84%는 백인이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9%, 히스패닉/라틴계 4%, 아시아계는 3% 밖에 안되죠.

가령 최근 흑인 아동모델 화보 논란을 비롯해 여러 차례 인종차별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던 H&M의 경우 임원진 전원이 백인이었는데요. 이처럼 백인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다른 인종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글로벌 SPA 브랜드 H&M은 임원진 총 10명 중 전원 백인으로 구성돼있다./사진=H&M 그룹 홈페이지 캡처


또 유명 브랜드의 소비계층은 돈 많은 백인고객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는 점도 한 요인입니다.

그러나 이들 패션업체들의 인종차별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데요. 유명인들도 비판 행렬에 속속 동참하고 있고요.

더구나 중국인 등 유색 인종들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가 차원의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명품소비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맥킨지는 오는 2025년 사치품 구매에 연간 1조위안(한화 160조원)을 쓰는 중국인 가정이 760만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요.

명품 업체들도 슬슬 대책을 마련 중인데요. 프라다가 블랙 페이스 액세서리 사태 이후 유색인종 디자이너를 더 고용하고 다양한 인종의 목소리를 패션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게 대표적인 사례죠.



차별이 아니라 ‘차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특히 글로벌 패션 기업이라면 다양성은 가장 우선해야 할 가치인 것 같습니다. 패션업체들의 약속이 단지 시늉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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